--지게 작대기---
어머닌 날 낳으시며 엷은 미소보다
끊어지는 절규를 골짜기 깊숙이 뿌리셨지
고고성(呱呱聲)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이미 구도(求道)의 길을 걷고 있음을 어렴풋이 가늠했다.
비록 어깨는 가냘프고 허리는 슬몃 곁눈질에 기우뚱할지언정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살포시 기대는 어느 뉘도 기꺼이 보듬어 주었지
아마 그것은 철저히 계산된 숙명의 길이라
항변이나 거부의 메아리조차 꿈꿀 수 없었다.
참으로 모진 삶이라 다들 입방아 찧지만
아니 아니 그렇지 않아
나의 길은 언제나 당당한 하얀 날갯짓이었다.
하지만 그 어느 날
나의 어깨가 기댈 수 없이 좁아지고 허리마저 휘어져
어설픈 바지랑대 흉내에 고추잠자리 작은 발짓에도 휘청대면
처절한 나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구부정한 허리로 볼품없는 부지깽이 되어
지글거리는 아비규환의 지옥 불구덩이에 대가리를 처박고는
벗들의 시신이 타는 진동하는 냄새에도 그곳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온몸이 까맣게 사그라지는 순간까지 몸부림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통의 상자에 갇혀 모질게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면
난 재가되는 순간까지 누구를 원망하거나 운명을 탓하지 않았고
삭풍(朔風) 속에 따스한 햇살로 환희 서있었어
그래 또다시
어느 산골짝에서 태어나 같은 길을 걸어도
힘들며 외롭고 고달픈 이들에게
기꺼이
내 작은 어깨를 웃으며 내밀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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