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3

--산산이 부서져야 피는 雨花여--

헤세드다 2018. 5. 15. 09:49




--산산이 부서져야 피는 雨花여--


애초부터 어떤 바램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두드린다고 해서 모두 들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간절히 하늘로 향할 때

타고난 천성(天性) 탓일까?

대지를 향해 그 모든 것을 불태운 육명(肉鳴)

()의 음성이자 생명의 부르짖음이었다.


어깨를 맞대고 방울방울 솟은 선혈(鮮血)들로

비록 찰나이었지만 당당히 왕좌(王座)에 앉았어도

한 줄기 맑은 영혼으로

오롯이 그 영광을

남김없이 하늘로 되돌린다.


나도 참으로 부지런히 두드렸다.

하지만 감히

발을 땅에 딛고서 외면한 체 하늘을 향해 두드렸고

아무리 도리질했지만 그건 내가 더 잘 안다.

목적과 이유가 밑바닥에 질퍽하게 깔렸으니

그것은 간절한 두드림이 아니라

망사(網紗) 같은 눈속임에 불과했으므로

발아래 우화(雨花)를 볼 자격도 없으리라


하늘과 땅이 서로 해후(邂逅)하는

회색 빛 가득한 혼돈의 아픈 날에

지천에 우화(雨花)는 만발하거늘

굳은살 배긴 우리네 심장은 미동조차 않는구나


'길가의 작은 돌탑들 > 삶의 노래(詩) 3'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많은 감꽃은 왜 피웠을까?  (0) 2019.05.31
지게 작대기  (0) 2019.05.27
일렁이는 실버들의 손짓을   (0) 2018.05.10
Ctrl+C의 착각  (0) 2018.04.24
봄비 꽃  (0) 2018.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