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이 부서져야 피는 雨花여--
애초부터 어떤 바램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두드린다고 해서 모두 들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간절히 하늘로 향할 때
타고난 천성(天性) 탓일까?
대지를 향해 그 모든 것을 불태운 육명(肉鳴)은
신(神)의 음성이자 생명의 부르짖음이었다.
어깨를 맞대고 방울방울 솟은 선혈(鮮血)들로
비록 찰나이었지만 당당히 왕좌(王座)에 앉았어도
한 줄기 맑은 영혼으로
오롯이 그 영광을
남김없이 하늘로 되돌린다.
나도 참으로 부지런히 두드렸다.
하지만 감히
발을 땅에 딛고서 외면한 체 하늘을 향해 두드렸고
아무리 도리질했지만 그건 내가 더 잘 안다.
목적과 이유가 밑바닥에 질퍽하게 깔렸으니
그것은 간절한 두드림이 아니라
망사(網紗) 같은 눈속임에 불과했으므로
발아래 우화(雨花)를 볼 자격도 없으리라
하늘과 땅이 서로 해후(邂逅)하는
회색 빛 가득한 혼돈의 아픈 날에
지천에 우화(雨花)는 만발하거늘
굳은살 배긴 우리네 심장은 미동조차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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