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 없는 바람 날 수 없는 바람 그대 지나는 바람 잡아 꽃이 된다 하여 깃털 하나하나 접고 낮이 까맣게 물들 때까지 밤이 하얗게 바랠 때까지 머물며 맴돌았는데 아직 꽃잎 다 펴기 전 홀연히 바람으로 떠난다면 어찌 굳어버린 날갯죽지 이제 모른다 외면하오 그대 날 수 없는 바람을 흘낏 본체만체 야..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14.08.15
안개비 ---안개비--- 어찌 흰 바람 같다 놀리나요? 마음 둘 곳 없어 부는 대로 맡길 뿐 한스러움에 내려 앉지도 올라가지도 못합니다 뺨을 적셔 흘러야만 눈물인가요? 누가 볼까 애써 감추니 붉은 눈가에 뿌옇게 스밀 뿐입니다. 왜? 뭉텅 거려 지나치려 하나요 차장(車窓)에 고스란히 새겨드리니 구..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14.08.14
길을 걷다가 ---- 길을 걷다가… ---- 길을 걷다 보면 비탈길 아랫길도 꼬부랑길 곧은길도 진창길 마른 길도 길은 한시도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혼자 걷는 외로움도 함께 손잡은 사랑도 서로 제치며 부딪히는 아우성도 길은 모두 담아 순식간에 지워버립니다. 길을 걷다 보면 돌..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14.07.12
흔적 ----- 흔적 ----- 햇살이 얼마나 빛나는지는 나무아래 짙은 녹음으로 알고 바람이 얼마나 세찬지는 잎새 사이를 제치는 떨림으로 알 듯 파도가 얼마나 거친지는 바위에 부서진 흰 물결로 알고 파란 하늘이 얼마나 깊은지는 하얀 구름 몽실몽실 피어날 때 알아요 가슴 속 얼마나 새겼는지는 ..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14.07.05
청송 막걸리 집은 청송 막걸리 집은 사계(四季)를 머금은 훈민정음 도배지 빗장을 헤집고 시간을 거스른 조명은 게슴츠레 추파를 날리며 허리춤 높이 칸막이 사이로 보일 듯 보이지 않고 들릴 듯 들리지 않는 민초(民草)의 내음이 물씬한 곳 어제의 눈물과 회한 당장의 아픔과 웃음 내일의 시름과 꿈들이 ..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14.06.10
낙조(落照) 낙조(落照) 감히 바라볼 수 없는 그대도 태어날 때는 새색시같이 수줍고 어리어리했었지 뒤돌아 볼 새 없이 분주하다 이제 서산 녘에 걸리니 눈물 훔치며 고백을 하네 온 힘을 다해 태웠노라고 마지막 햇살 한 점까지 오늘 또 오늘만큼만 다 불살랐노라고 아침에는 벗겨졌지만 지금은 내..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14.05.08
이게 뭐야 이게 뭐야? 개 같은 아니 금수(禽獸) 보다 못한 어떻게 차디찬 바닷속에 못다 핀 세월을 통째로 처넣다니 쓰레기도 이렇게 버리지는 않아 왜? 너희가 뭔데 수레바퀴가 아무리 커다 한들 아무렇지도 않게 사마귀 깔아 뭉개듯 깡그리 짓이길 수 있나 곰탕 속에 절규를 컵라면 속에 피눈물이 ..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14.04.23
절망(絶望) ---절망(絶望)--- 추억이 태양을 희롱하다 아수라(阿修羅)를 낳았다 닥치는 대로 치고 부수더니 그늘에 숨은 햇살 한 점마저 죽여버렸다. 어둠이 땅을 치고 통곡을 하자 파랗게 질려 버린 땅은 사색되어 이내 질식할 듯 가쁜 숨을 헐떡인다. 꽃잎은 매달린 채 회색 빛으로 탈색되고 풀잎은 ..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14.04.16
아버지 차례상 ---- 아버지 차례상--- 자리다툼에 몸싸움까지 불사하고 계절도 고향도 그리 까다롭지 않는 가득 차도 늘 두어 개 빠진 듯한 차례상 부러질 듯한 상다리 무게만큼 올릴수록 마음의 짐만 더해진다. 생전에 변명으로 가득한 음식들 싸던 비싸던 빠지던 더 갖춰 올린들 괜한 젯밥에 너스레와 ..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14.02.01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밤새 찬바람 두 눈 얼려도 행여 여명의 속삭임 들을 수 있을까 까치발에 두 귀마저 쫑긋한데 새침한 구름은 딴청 피며 안개만 봐도 그저 떠오르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메말라 햇살의 눈웃음에도 금새 활활 타버릴 듯하여 한 방울 이슬조차 눈물겨워 고이 ..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14.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