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리(別離) ---별리(別離)--- 부석부석 눈 앞에 도사린다. 검붉은 먼지 되어 삐덕뻐덕 모두가 멈춘다. 뼈 속 냉기 절망되어 가물가물 분신 낳고 사라진다. 이미 도망친 시간되어 바득바득 두들겨 부러뜨린다. 가지도 않을 곳에서 타닥타닥 한꺼번에 재 되었다. 망각이 히죽 이며 터벅터벅 있으면서 가..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08.09.24
후회 꼭꼭 덮어 둘걸 꾹꾹 눌러 둘걸 톡툭 두드리지 말걸 톡톡 꺾지 말걸 확 열었다 푹 올랐다 쾅 부수었다 툭 분질러 버렸다 아끼고 싶었는데 그리고만 싶었는데 기다리고만 싶었는데 마지막이고 싶었는데 상상의 나래 꺾어지고 시선의 힘이 떨어지고 마음의 창이 깨어지고 신비가 싱거워 졌..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08.09.24
봄비의 향연(饗宴) ---봄비의 향연(饗宴)--- 풀잎 끝마다 해맑은 소녀의 기다림 방울방울 눈물 만들어 봄 향기 묻혀 내리고 어린 나무 가지 끝은 이내 헤어짐에 아쉬워 빗물 붙잡아 엮어서는 영롱한 진주 알 가득 아스팔트 위에 바삐 만든 연못에는 그리움을 담아 수없이 띄우는 동그라미 엽서들 뒤 뜨락 낙숫..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08.09.24
눈발 흩날리는 날 ---눈발 흩날리는 날--- 달빛 살포시 안고 하얀 웃음 짓는 목화 꽃조차 시샘하는 솜털 같은 하얀 구름 까맣게 애끓다 울컥하는 마음 참지 못하고 끝내 심한 몸싸움 다툴 이유 없을 것 같은데 치고 받고 조각조각 산산이 부서져 다시 아니 볼 냥 서로를 외면한 체 만나도 인사도 없더니 집 떠..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08.09.24
황혼 --- 황혼 --- 바삐 걷다 모든 의미를 상실하고 갑자기 당신 생각에 사무쳤습니다. 하지만 가던 길 멈추다 바라보기는 싫었지요 당신과 가장 가까운 자리 독차지하여 혼자 바라보고 싶은 부푼 마음이기에 잠자리 펴기 전 바삐 가야만 했습니다. 솔잎 같은 겨울 바람도 비지땀을 식히는 눈 시..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08.09.24
쌈지 공원에서 ---쌈지 공원에서--- 머리 끝에 찬바람 걸렸네 무거운 이의 것일까? 그저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일까? 위에서 짓눌리고 포개어 앉아 있을까? 아래에서 눌리어 허덕일까? 그 자리 앉은 걸 잊은 걸까 시끄럽도록 떠들던 어른들 지금 무얼 하고 계실까? 여기 저기 벤치에 두고 간 것들 지금은 ..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08.09.24
정상 ---정상--- 환희 쏟아지는 밝은 빛줄기 어둠 장막 힘차게 걷고 기지개 펴고 입 속 가득 넣는다. 앙상한 가로수 길 틔운 사이로 뱀 꼬리 마냥 길게 꿈틀대는 목적 서로 다른 차량의 물결 패로몬 냄새 뿌린 동료 찾아 부지런히 발걸음 재촉하고 언젠가 나도 그들 틈에 있었겠지 푸른 솔은 시위..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08.09.24
어떻해야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칠흑 같은 밤 파도는 사정 않고 빈 돛대만 남은 조각배 언제까지 파고 위에 있을 수 없잖아 언제까지 한없이 가라 앉을 수 없잖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수 없잖아 이제는 일어서자 마냥 내팽개친 척 버티는 더한 꼴불견이 있을까 조금만 참으면 날은 밝을 거야 아..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08.09.24
갈등(葛藤) ---갈등(葛藤)--- 소리 없이 다가온 커다란 입 유혹의 손짓 날름대니 그래 주저 말고 들어가자 덕지덕지 묻은 숨소리 미련 없이 털어내자 날카로운 이빨로 모질게 이어온 끈 잘근잘근 끊어다오 볼썽사납게 주렁주렁 달려있는 거추장스런 이 모든 것을 조금만 더 다가올 수 없을까 조금만 ..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08.09.24
회귀(回歸) ---회귀(回歸)--- 침묵의 강 묵직한 조롱에 짙은 어둠이 짓눌려 가누기 조차 힘든 곳 달빛조차 망설이며 서성거려 언제나 축축히 마르지 않는 곳 주린 입은 먹이 찾기를 포기하고 냉소(冷笑) 가득 담겨 앞 가름 하기 힘든 곳 추억이 악몽의 허리를 붙들어 고독이 폐부를 깊숙이 찌르는 곳 그.. 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2008.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