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3

대평리 포차집 일기(日記)

헤세드다 2019. 6. 11. 14:54




-- 대평리 포차집 일기(日記)--


 

옛적 너른 평지였기에 대평리라 불리었을까?

여느 마실같이 복판쯤에 소곳이 발붙인 대평리시장

많은 점빵들이 삐질빠질 따다닥 둘러앉은 어귀에

어설프나마 비니루 포장을 애오라지 둘렀으니

포장마차라 애써 이름 지은 ‘대평리 포차’ 선술집


덕지닥지 나붙은 차림표보다 더 푸짐한 아지매

나직이 얕은 콧소리를 끌며

“어서 와 예~~~

귓전에 살포시 건네는 살가운 인사와

풋낯에 너나들이하며 모스럭무드락 사람 내음 폴폴 나는 곳

넘치도록 담아내는 토동하니 자그만 손으로

오늘도 역시 아랫도리 시커먼 후라이팬을 바지런히 돌린다.

갖은 재료에 술막지같은 걸쭉한 입담을 뒤범벅시켜

사바세계에 쌓인 번뇌의 뭉탱이를 고이 담아 하늘에 기도듯…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멘 아~멘 할렐루야!

들어오든 지나가든 알든 모르든 모두 모두 복 많이 받으소서


시장통엔 널브러진 물건만큼이나

각양각색의 민초들이 오늘을 흥정하고

얼키설키 부대끼며 자아내는 구경 또한 솔찮은 곳이다.

때꺼리를 걱정하는 가슴 저민 사연과 별 씨잘데기 없는

객설은 농담들이 온갖 가십거리로 자갈대며 뽁작이다

오만가지 말() 안주(按酒)를 빚어 허공에 버무려 날린다.


수틀리면 씨미랄 니부럴 육두문자 난무하고

때론 멱사리 맞잡고 한바탕 떨꺽대며 힘겨루기 하지만

쌈박질하는 이나 말리는 이나 구경하는 이

도긴개긴 모두가 한통속으로 딱히 달라 보일 것이 없다.


재래시장이라, 포장마차라 함부로 낮잡아 말하지 말라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에 뻑시거리 앉아

스테이크와 캐비어 안주에 고급 양주 곁들여 먹고 마시나

찌짐 한 점에 쐬주 한 잔, 막걸리 한 사발로 배 채우나

배 부르고 술 취하면 매한가지 벌거벗을 인간일 뿐..


저들이 어찌 민초의 애달픈 울림을 가늠하랴?

빌딩 사람들은 위선과 가식의 포장(包裝)을 곰비임비 치고

가진 것 많으니 걱정거리도 많겠지만

시장통 사람들은 허절한 비니루 포차 안에서 더 포장할 것도 없고

가진 것 없으니 걱정거리조차 소박하다.


뉘엿뉘엿 서산으로 해가 이울쯤이면

시끌덤벙했던 시장통도 가쁜 숨을 고르고


구석구석 모가지 움추렸던 땅거미가 게슴츠레 기어 나와

술병 위에 떡하니 걸터앉아 마지막 잔을 재촉하는구나


~멘 아~멘 할렐루야,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

시장통 사람이건 아니건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한 꿈 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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