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야?
개 같은
아니 금수(禽獸) 보다 못한
어떻게 차디찬 바닷속에
못다 핀 세월을 통째로 처넣다니
쓰레기도 이렇게 버리지는 않아
왜?
너희가 뭔데
수레바퀴가
아무리
커다 한들
아무렇지도 않게
사마귀 깔아 뭉개듯
깡그리 짓이길 수 있나
곰탕 속에 절규를
컵라면 속에 피눈물이
커피 속에 한서린 도리질을
철 밥통 속에 통곡의 목소리가
보고도 눈을 감고
들어도 귀를 막고는
잘 찍어 보관했다
훗날 보고 또 보려고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그래
언제나 그랬지
아무일 없다는 듯
내 일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생각할거야
그래’
그렇지
늘 겉치레만 정성 들여온 세상이니까
또
언젠가
뇌리에 조금씩 사라지겠지
아니
그렇게
잊혀지도록 발악을 하겠지
그렇게 길들여 살아왔고
그렇게 길들이며 살아왔으니
잊혀질 거야
되도록 빨리
한 순간이라도
수면제 먹여 잠재우고
뒤통수 쳐서 잊혀지도록
되도록
많은 것들을 빨리 덮으려 할거야
그래
아파도 마음 놓고 아파할 수 없고
억울해 다물 수 없는 치아를
웃음으로 보여지는 세상이지 않겠니?
그렇게 지우고 덮어서
조금씩 옅어지기라도 하면
그때는
물 한 모금 목구멍에 쉬 넘어갈까?
숨 한번 크게 쉴 수 있을까?
아니야
아니야
웃고
떠들며
잘 먹고
잘 살 거야
그렇잖아
우리는
국가라는 허울에 덮여
국가란 무게에 짓눌려 사는
들에 널브러진
민초가 아니더냐
언제든지 갈아 엎을 수 있는
그 참
똥 묻은 손으로
새삼
요란떨이
거름을 뒤진다고?
거름더미 누가 만들었지
혼자 쌓았을까
여기저기
온통 거름더미인데
푹푹
잘도 썩어 냄새 진동하도록
눈 감고
코 막고
모르는 척
뒤로
또 뒤로
높이도 많이도 쌓아 놓은
영양분도 듬뿍한
두엄을
이랑에 뿌렸을까?
고랑에 뿌렸을까?
단…원….
단 斷
원 願
한번이라도 생각은 해 보았을까?
그렇지 않냐?
이미
원하는 것이 끊겼고
이제
원하는 것이 없단 말이다
너희들한테
아니 우리들 모두에게
아니 나 같은 개 자식에게도
언제 물 속에서 촛불 밝아지길 원했느냐?
바람 불어 불을 켤 수 있도록 잠시 가려 달라
애간장 끊으며
무릎 부서지도록
빌고 빌었는데
어른
그래
어른이란
세월가면 이름 달라도 성(性)은 같아지나 보다
무책임
무능력
무분별
무개념
무감각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데
너무도
절박하여 행여나 잠시 기대었던
어깨가 썩어 들어가는구나
이제
그 어른들한테
바라는 게
무원
단원이란 말이지.
그렇지
우린
모두
개 자식이야
이 순간도
좁은 목구멍으로
가리지 않고 쑤셔 처넣는 어른이지
아니
갑자기
가면을 벗는다고?
그렇지 역시 그럴 리가 없지
벗으며 죽으니
그럴싸하게
요란스레
잘도 시늉을 하는구나
그래
오직
죽이면 될 거야
기만의 칼과
가식의 담요로
조금씩
조금씩
시간만
시간만을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되풀이 해서는 안돼
더 이상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돼
미안하다
잘못했다는 말은
듣고 싶지도 않아
입 바른 말들은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
양을 잡아
소를 잡아 바칠까
그렇다고 되돌릴 수 있나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앞으로 희생제물
뒤로 위령제물
그 분노
그 고통
그 슬픔을
그 피맺힌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줘야 하지 않겠어
그래
죽었으리란
시간이
누구에겐가
못 견디게
죄책감의 무게로 짓눌려 올 때
검은 파도가
피눈물 흘리며 메아리 되어
왜냐고 소리칠 때
말라버린 눈물 한 방울이지만
혹
꿈에라도
우현으로 기울어
조금이라도 바로 설 수 있을까 하여
그 쪽을 향해
기꺼이 뿌리련다
그 바다에
어른이란 이름도 던지련다
그래
모든 것을
너희는 다 알고 있어
어른이 모르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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