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절망(絶望)

헤세드다 2014. 4. 16. 10:21

 

 

 

     ---절망(絶望)---

추억이 태양을 희롱하다 아수라(阿修羅)를 낳았다

닥치는 대로 치고 부수더니

그늘에 숨은 햇살 한 점마저 죽여버렸다.

 

어둠이 땅을 치고 통곡을 하자

파랗게 질려 버린 땅은 사색되어

이내 질식할 듯 가쁜 숨을 헐떡인다.

 

꽃잎은 매달린 채 회색 빛으로 탈색되고

풀잎은 바싹 누워 하얗게 메마르고

나무는 뿌리를 통째 머리에 이니

귓전의 바람 마저 꽁꽁 얼어버렸다

 

눈물 마른 자리는 붉은 피 얼룩지고

끊어진 길은 차안(此岸)을 비웃더니

까만 밤을 남김 없이 집어 삼킨다

 

납덩이 보다 더 무거운 짓누름이

심연(深淵)의 까만 바다 밑으로

끝없이 밀쳐 넣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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