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絶望)---
추억이 태양을 희롱하다 아수라(阿修羅)를 낳았다
닥치는 대로 치고 부수더니
그늘에 숨은 햇살 한 점마저 죽여버렸다.
어둠이 땅을 치고 통곡을 하자
파랗게 질려 버린 땅은 사색되어
이내 질식할 듯 가쁜 숨을 헐떡인다.
꽃잎은 매달린 채 회색 빛으로 탈색되고
풀잎은 바싹 누워 하얗게 메마르고
나무는 뿌리를 통째 머리에 이니
귓전의 바람 마저 꽁꽁 얼어버렸다
눈물 마른 자리는 붉은 피 얼룩지고
끊어진 길은 차안(此岸)을 비웃더니
까만 밤을 남김 없이 집어 삼킨다
납덩이 보다 더 무거운 짓누름이
심연(深淵)의 까만 바다 밑으로
끝없이 밀쳐 넣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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