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아버지 차례상

헤세드다 2014. 2. 1. 20:27

 

 

 

---- 아버지 차례상---

 

자리다툼에 몸싸움까지 불사하고

계절도 고향도 그리 까다롭지 않는

가득 차도 늘 두어 개 빠진 듯한 차례상

 

부러질 듯한 상다리 무게만큼

올릴수록 마음의 짐만 더해진다.

 

생전에 변명으로 가득한 음식들

싸던 비싸던 빠지던 더 갖춰 올린들

괜한 젯밥에 너스레와 호들갑 떨지만

가짓수만큼 말도 많고 가식도 많다

 

드시고 간 흔적 어디도 없거늘

제 마음만 흡족하면 무얼 할까

 

엎드려 절 올리며 상다리를 훔쳐보니

짓눌려 휜 주름은 죄책감의 세월이라

텅 빈 차례상은 공중부양 한 체

한스러운 눈물만 뚝뚝 흘린다.

'길가의 작은 돌탑들 > 삶의 노래(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게 뭐야  (0) 2014.04.23
절망(絶望)  (0) 2014.04.16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0) 2014.01.30
구실의 덫  (0) 2014.01.30
오늘이란  (0)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