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잃어버린 꿈

헤세드다 2012. 2. 7. 10:44

 

 

하얀 도화지

연녹색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립니다.

 

산과 구름 반쯤 얼굴 내민 태양

자그마한 개울과 돌담으로 둘러진 초가 집

집 옆에 큰 나무 한 그루와 동네어귀로 이르는 길

 

조금씩 벗어나고

.우가 바뀌어도

 

세찬 비바람과 뇌우

따가운 햇살과 한파에도

새 도화지 새 크레파스로

언제나 같은 구도의 그림을

 

그 어느 날

뾰족해진 산 능선

먹구름에 자취 감춘 태양

메말라 버린 개울

고사해버린 크다란 나무

돌담은 무너지고 폐가가 되어버린 집

 

이제 다시 그림을 그리지 않으렵니다

까맣게 타 들어 간 도화지

크레파스 마저 삼켜 버렸습니다.

 

애초 그림을 그리지 말았어야 하는데

애초 집만은 그리는 것이 아니었는데

애초 꿈을 꾸는 것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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