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가을걷이

헤세드다 2012. 11. 5. 14:29

 

 

가을걷이 

                                          

이슬에 숨죽인 고요한

가을 아침은

갓 묵언 수행 들어간 동자승 입같이 삐죽거리고

 

형형색색 물들인

가을 들판은

햇살의 종종 걸음에도 제다 꾸며 입는 여유가 부럽기만 하다.

 

눈부시게 하얀 구름 가득한

가을 하늘은

파란 편지지에 끝내 부치지 못한 첫사랑의 뭉클함이 피어나고

 

종일 쏘다니다 스치는 바람 보따리 속의

가을의 내음은

여기 저기 반찬 물 배인 흙 부뚜막에 분주한 어머니 손길 같다.

 

풀벌레 소리에 어둠의 음 자리 높아가는

가을의 밤은

고달픈 가장의 애써 감춘 한숨 소리에 별 빛 마저 부서진다.

 

온통 가을 주문에 마법이 걸려 있건만

새삼스레 뒤걷이 할 일도 없는

고개 떨군  나의 가을은

까치발로 와서 괜한 가슴만 저밀게 한다.

 

! 그래

가을이

나이를 먹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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