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자루의 이별

헤세드다 2011. 7. 31. 16:47

 

 

그대여

나를 잊지 마세요

 

굵은 빗방울 떨어지기 전

고운 흙에 잠시 새겨주오

 

배웅치 않아도 아니 빈 자리 이내 채운다 해도

야속한 마음 없습니다.

그대의 뜻이 아니기에

 

그대 홀로서도 부끄럼이 없지만

그대 있어 비치는 달빛일 뿐

 

아무리 재주 뛰어 난들

저를 두고 그대 보내지는 않습니다.

 

그저 땔감이면 다행스럽다 포기했었는데

사랑스런 그대 눈길에 세상의 기쁨을 알았습니다.

 

귀하디 귀한 이름을 지어 주었고

그대의 족보에 올려 성()까지 주었으니

그대 곁에 행복했던 지난날 무엇으로 보답하오리까?

 

, 괭이, 호미, 망치, ....

같은 길을 서로 다른 시간에 걷는

사랑하는 나의 이종 형제들이여

행복의 대문 열며 꿈엔들 이별의 쪽문 찾지 마오

 

이 세상에 태어나

언제 이토록 아름다운 이별을 했었던가

 

내 세상을 등지는 그 날

눈 가에 기쁜 눈물 한 방울 비치는

자루 같은 아름답고 후회 없는 이별을 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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