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은 길을 만들고
길은 사연을 먹고 자란다.
태고(太古)의 길은
물 따라 산 따라
바람의 향기로 이어지는데
작금(昨今)의 길은
이기심으로 뚫고 내질러
탐욕의 악취로 이어져있다
고딕의 길을 한 치라도 벗어 날 양이면
죄다 빨간 눈으로 철퇴를 휘두르지만
벗어 난 이의 피 묻은 날개가 부러울 뿐이다.
육신의 길은 선택 없는 에스컬레이터 위를
가슴의 길은 잡지 못할 뜬구름 위에 두고
서성이든 발걸음에 짓이겨진 갈림길
억지로 두 발 떼어
하늘 향해 뛰어 본들
매한가지 그 길이 아니었던가
육신의 나이만큼 무거워진 마음이 족쇄 되어
타협과 외면의 안주(安住)가
가슴의 길을 아사(餓死)시켜버렸다.
나의 뒤안길에는
드문드문 팔 없는 이정표만
메마른 바람에 고개 숙여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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