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이팝 꽃이 필 때면

헤세드다 2011. 5. 17. 10:57

 

 

 

이팝 꽃 하나하나에는

찍지 못한 빛 바랜 추억들이 조랑조랑 달려있다.

 

늘 술에 젖은 아버지의 불그스레한 얼굴

따리에 짓눌려 납작해진 어머니의 정수리

 

고양이 발로 살금살금 대며 넘나들던 과수원 서리

마주 보며 깔깔 대던 칡 물 들어 새카매진 혓바닥들

 

행여나 곁눈질하던 새하얀 아버지 밥그릇

몇 술 되지 않는 꽁보리밥 조차 호시탐탐 노리던 형들의 눈초리

 

넣을 것이 없어 먼지만 쌓였던 노란 곰보 밴또(도시락)

연신 기웃거리던 쇠기름 냄새 진동하는 동네 잔칫집

 

이팝 꽃이 한창 피어 일렁일 때면

그토록 먹고 싶었던 완두 콩이 가득한 하얀 쌀밥

가득 고인 침 보다 허기졌던 추억이 더 가득 떠오른다.

 

 

 

'길가의 작은 돌탑들 > 삶의 노래(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정표 없는 갈림길에서  (0) 2011.07.02
산(山)의 손님  (0) 2011.05.30
영혼을 삼킨 그림자  (0) 2011.04.27
나의 그대(베게)여   (0) 2010.12.23
동곳과 비녀의 회한(悔恨)  (0) 2010.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