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영혼을 삼킨 그림자

헤세드다 2011. 4. 27. 10:46

 

굳이 내 것이라 우길 이유가 없다.

태양이 서쪽에 떠오른다 한들 바뀔 리 없으니  

 

굳이 네 것 내 것 다툴 이유가 없다.

이 세상 가장 공평하게 서로 받은 것이니

 

굳이 내 것일 이유도 없다.

살아 가며 네 것이 내 것이 된다 해도 아무 소용 없으니

 

너무도 태무심(殆無心)하여

그 응보(應報) 톡톡히 당하는가 보다

 

어둡고 습한 그늘에서 외로이 아파하는 동안

밝은 햇살 아래 도취되어 매몰차게 그대의 비명 들을 귀 없었지

 

그대는 갈수록 이목구비 또렷하지만 

나는 짓무르고 문드러져 언제나 흐린 날이네

 

그대는 너무도 낮아져 허기진 거머리 되었지만

나는 너무 높아 한 톨의 영혼까지 죄다 빠져 나가리라

 

그대는 머리카락 한 올 마저 선명하고

나는 어느새 어둠 속의 그림자가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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