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우리 동네 자화상(自畵像)

헤세드다 2010. 2. 10. 23:53

 

 

 

 

 

갑작스런 새벽 한기에 하얗게 질려 버린 연탄재

대문 앞 발 구르다 군데군데 쪼그려 앉아 있고

 

동녘 햇살 눈 웃음 치기 무섭게

슬레이트 지붕 위로 일광욕 나온 고양이 가족들

 

한 잔 낮 술이 해질녘에는 갈지()자에 꼬부라진 혀로

오가는 놈 잡아 주먹다짐에 육두문자(肉頭文字) 난무하고

 

수시로 들락거리는 이삿짐 보따리에

담벼락과 전봇대는 뗄 여유도 없이 다시 바른 팩(pack)으로 뒤범벅

 

치사한 좀 도둑 눈에도 신통찮은 것이 없어

새벽 잠 설치며 유유자적(悠悠自適) 배회하며

 

빌난(별난) 사람 빌라(별나)게 많아

싸구려 빌라가 뒤엉켜 몸부림 치는 소리에

 

가엾이 여긴 장군보살 애기보살 죄다 모여

대나무 꼭대기에 앉아 실시간 전방위(全方位)로 지켜주는 곳

 

푸르스름한 곰팡이로 힘 잃은 보온재의 낙숫물은

겨우 남은 인간성을 한 방울 한 방울 쥐어 짜고

 

서글픈 과거와 어설픈 현재가 진창이 되어

겨우 남은 인정머리가 서산 녘에 걸려 발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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