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올 가을은....

헤세드다 2009. 12. 8. 10:08

 

 

올 가을은 무척 주렸나 보다

발그스레 전희(前戱)도 생략한 채

금새 훌러덩 옷 벗고

요염한 눈 빛으로 삭풍(朔風) 힐껏 보며

일전(一戰)을 불사할 기세다

 

하기사

오래 된 마누라 처럼

벗던 입던 언제는 관심 보였었나

알 몸 되어 시선 돌리니

그제야 정신 확 돌아 오는가

 

 

올 가을은 걸어 온 뒤안길인가 보다

그 언제

싱그러운 신록이

그 언제

화려한 단풍이 있었던가

 

망각의 계절 옆에

비워진 기억의 빈 상자들만 나뒹굴고

덩그러니 발가벗겨진

볼품 없는 알몸뚱이 하나

 

 

 

올 가을은 선심 쓰기로 작정했나 보다

올 가을만

올 가을만

애써 닮은 척하기로

 

북망산(北邙山) 미동(微動)에 기대어

전의(戰意)는 고사하고

혹시 또 혹시나

일전(一戰) 생길까 전전긍긍일 뿐

 

갈림길에 서로 다른 이정표를 보고

이제야

올 가을의 바쁜 걸음을

눈치 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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