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며 느끼는 것들/뒤안길을 보며

핑계 속에

헤세드다 2014. 10. 17. 10:08

 

 

첫 마디에 신음이 섞인 어머니의 음성

감기 몸살로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고

병원에 나서신다는데

어제께 아픈 몸보다는 많이 외로우셨나 보다

긴긴밤을 오지도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시며

비록 한 알의 약효보다는 못하지만

따스하게 손 잡고 위로를 받고 싶었으리라

아파도 혼자 아픈 것보다 누군가가 곁에 있어준다면

그 든든함에 통증도 수그러들었겠지만

많은 자식이 있어도 아무도 오지 않고

귀 기울려 주지 않으니 황혼의 고독감에

군중 속의 외로움에 통증은 배가 되었으리라

아픈 몸 보다 더 아픈 가슴의 상처를

밤새 잠못이루고 뒤척였겠지

그렇다

모든 것은 마음뿐이고 설령 마음뿐이었다고 한들

핑계 삼아 한 번쯤은 불현듯 가서 뵙기라도 하련만

이런 핑계조차 그냥 핑계대지 못하는 나는 무언가?

떨어진 낙엽 그 자리에 붙인들 다시 붙을까 마는

다 떠나 보내고 아니 바로 밑에서 뒹굴어도

어차피 다 벗은 나무는 쓸쓸할 뿐이겠지

언젠가 내게도 그런 날이 오련마는

그저 주변인으로만 서성일 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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