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며 느끼는 것들/뒤안길을 보며

권서방에게

헤세드다 2014. 10. 14. 05:41

 

 권서방 보게나

길목에 서성이는 것은 길이 생소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에 대한 회상과 다른 선택이있기에 그러하겠지

특히 계절의 길목에 발걸음을 잠시라도 자주 멈추는 것은 아무래도 나이 탓이 아니겠는가

살아 오며 없이 계절의 길목에 그리 많은 발자국을 남겼지만 내가 그리하였는지 계절이 발목을 잡았는지 분간하기 힘들지만….

어제 밤에는 도저히 잠을 없어 없이 베란다를 오가며 담배연기로 가득 채운 것은 고마운 마음을 어찌 표현할 없어 그러한 것 같네

먼저 부모님께 대신 안부 전해주게나 안동에서 결혼식장에서  잠시 뵈었을 뿐이지만 바랜 사진마냥 가슴에 넣어 놓고 있다네

사람이 염치가 없다 몰염치하다는 것을 바로 지금과 같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가 보네

 

어제 어머니가 자네 병원에 갔다 와서 통화를 후로 밤새도록 이리저리 뒤척이며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네

여름에 구미에서 수술하는 과정에서 이가 빠졌다는 것을 뻔히 알고도 지금까지 직접 모시고 치과에 가보기는커녕 그냥 지나가는 입바른 말로만 병원에 한번 가보시라고 했을 뿐이었는데…

자네에게 너무 빚을 지는 같아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 어떻게 감내하기 힘들어 이렇게 글로 대신하니 용서해 주게나

사실 엎드려 큰절을 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감사한 마음 가슴에 가득하여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바를 모르겠어

 

밤을 하얗게 칠해가며 지나온 날들의 필름을 돌리고 돌려 보니 옆에 수북이 쌓이는 것은 죄책감 뿐이라 뭐라고 말이 없네

효진이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은 큰형님이 세탁소를 하셨던 교문리에 때였지

가슴에 안겨 등에 업혀 많이 울기도 웃기도 하며 앞집 옥상이나 근처 철길 쪽으로 같이 놀러 가기도 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망우리 고개를 오가던 시간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지랑이 같이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으니 세월이 빠름을 실감할 따름이지 

 

이제 어엿한 아내로 어머니로 주부로 모습을 보며 작은 아비로서 해준 것도 마음 없어

마음 켠에는 미안한 마음이 짓눌려 왔었는데 자네랑 행복히 사는 모습을 간간히 보면서 대견함을 감출 없었었지

그리 멀지도 않는 거리에 살고 있는 알면서도 번도 찾아가지 않은 것은 어떤 이유가 되었던 모두가 핑계가 아니겠는가

이해해달라는 말은 않겠지만 마음 넓은 자네가 인간구실 못하는 나를 용서는 주게나

 

효진이도 자네도 자랑스럽기 그지 없네 지인들과 가끔 가족 자랑 이야기나 나오면 “꼴랑 있다고 자식이 좋은 학교에 갔다고 사람들아 자랑들 말어 큰조카사위는 의사여 집안에 의사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하며

큰소리 친다네

하지만 뒤돌아 보면 자네나 효진이에게 사람 구실을 못하니 뻔뻔스럽기 그지 없지만 어찌되었던

가슴 속에 저미어오는 죄스런 마음과 고마운 마음 잊지 않는다네

 

얼마 책을 큰형님께 보내 드렸으니 언젠가는 보리라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편지와 함께 부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는데……

책이 초라하고 보잘나위 없어 누구에게 보이기가 부끄러워 선물할 생각은 하지 않았고 오늘 이렇게 부치는 것은 속에는 우리형제가 함께 부대껴 걸어온 길과 어쩌면 기억 저편의 연장선에는 효진이나 자네의 삶도 포함 되었으리라 생각하고 용기를 내어 이렇게 보내니 가을에 자그만 마음의 선물이라 받아주면 고맙겠네

 

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불효 막심한 놈이 조카에게 그리고 자네에게 이렇게 지우듯 떠맡기는

죄를 어찌 용서받고 고마움을 갚을 있겠는가

세상에 가장 못나고 나쁜 놈이 짐을 남에게 지우는 인간인데 어머니를 자네에게 맡기는 꼬락서니가 너무도 한심하여 차마 얼굴을 수가 없네

당연히 내가 지어야 짐을 웃으며 기꺼이 대신하는 사랑하는 효진이 그리고 우리 사위 권종수에게

다시 한번 깊이 감사의 큰절을 올리니 허허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용서해 주게나

 

이번 추석에 영석이의 귀여운 솜씨와 혜주가 자랑스레 차종을 말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고 그런 모습을 켠에 서서 없이 바라보는 자네나 효진이의 모습을 보니 가정의 가장으로 어머니로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짐에 한편으로 가슴이 뭉클했었다네

북녘 산허리를 감돌고 불어 오는 쌀쌀한 바람이 채비하는 가을을 더욱 부추기는 떨어지는 낙엽에 마음 담아 보내니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도하겠네

끝으로 익히 너무 잘한다고 알고 있지만 우리 효진이 많이 많이 사랑해주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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