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제 입만 가득 채워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깊어가는 가을에 가을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붉게 물들어 가는 감을 그냥 보고 있으면 안되나
누가 가져갈까
아니 도대체 누가 가을을 감히 가져갈 수 있단 말인가
한 잔 술 값만 줄여도 이리 잔인하지 않으련만
아직 준비하지 못한 가을을 먼저 담으려
눈에는 핏발 가득하니
만약 이것이 감이 아니라
세월이었다면 서로 외면한 체
서로 주려 난리북새통일 텐데
제 입에
제 욕심만 채우기 바쁘니
인간의 더러운 욕심이라는 것은
끝이 없구나
아직 익지도 않은 감을 가지려
조바심 가득하니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감을 딸 수밖에 없는
마음 너무 아파 감나무에게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구나
차라리
발이 달렸으면
넉넉히 용돈을 주어
멀리멀리
아주 멀리
도망가 다시는
이 곳으로 오지 않길 바라고 싶은데
족쇄가 채여 있으니
해서는 안될 몹쓸 짓이겠지만
너
감나무도
다음 해는
내년에는
겨우내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고
감 하나 만들지 말고
그저 햇살과 바람만 맞으면 어떠하랴
미안한 맘
차라리
내가 감나무 되었으면 좋으련만
그냥
하나하나
널 딸 수 밖에 없는
내 가슴이
너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