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며 느끼는 것들/뒤안길을 보며

욕심

헤세드다 2014. 10. 23. 17:18

 

그저 제 입만 가득 채워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깊어가는 가을에 가을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붉게 물들어 가는 감을 그냥 보고 있으면 안되나

누가 가져갈까

아니 도대체 누가 가을을 감히 가져갈 수 있단 말인가

한 잔 술 값만 줄여도 이리 잔인하지 않으련만

아직 준비하지 못한 가을을 먼저 담으려

눈에는 핏발 가득하니

만약 이것이 감이 아니라

세월이었다면 서로 외면한 체

서로 주려 난리북새통일 텐데

제 입에

제 욕심만 채우기 바쁘니

인간의 더러운 욕심이라는 것은

끝이 없구나

아직 익지도 않은 감을 가지려

조바심 가득하니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감을 딸 수밖에 없는

마음 너무 아파 감나무에게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구나

차라리

발이 달렸으면

넉넉히 용돈을 주어

멀리멀리

아주 멀리

도망가 다시는

이 곳으로 오지 않길 바라고 싶은데

족쇄가 채여 있으니

해서는 안될 몹쓸 짓이겠지만

 

감나무도

다음 해는

내년에는

겨우내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고

감 하나 만들지 말고

그저 햇살과 바람만 맞으면 어떠하랴

미안한 맘

차라리

내가 감나무 되었으면 좋으련만

그냥

하나하나

널 딸 수 밖에 없는

내 가슴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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