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적 -----
햇살이 얼마나 빛나는지는
나무아래 짙은 녹음으로 알고
바람이 얼마나 세찬지는
잎새 사이를 제치는 떨림으로 알 듯
파도가 얼마나 거친지는
바위에 부서진 흰 물결로 알고
파란 하늘이 얼마나 깊은지는
하얀 구름 몽실몽실 피어날 때 알아요
가슴 속 얼마나 새겼는지는
눈길 잦은 곳마다 시려지는 마음으로 알고
추억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는
서성이는 발걸음에 패인 자국만큼 알 듯
까만 밤이 얼마나 긴지는
선잠으로 얼룩진 눈물자국으로 알고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는
헤어짐이 남긴 아물 수 없는 상처가 대신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