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걷다가… ----
길을 걷다 보면
비탈길 아랫길도
꼬부랑길 곧은길도
진창길 마른 길도
길은 한시도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혼자 걷는 외로움도
함께 손잡은 사랑도
서로 제치며 부딪히는 아우성도
길은 모두 담아 순식간에 지워버립니다.
길을 걷다 보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어깨에 잔뜩 짊어지고 가야만할 때도
등에 업혀서 편히 갈 때도
길은 아무런 말없이 돌아 앉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길 옆에 잠시 쉬며 뒤돌아 볼 때도
앞만 보고 뛰어야 할 때도
칠흑 같은 어두운 길에 망설일 때도
길은 멈추거나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멀리도 누구에게는 한치 앞도
빠르기도 누구에게 늦기도
익숙하기도 누구에게는 생소하기도
길은 누구에게 치우침 없이 언제나 공평합니다.
길을 걷다 보면
추억을 새기는 나의 길도 덮는 그대의 길도
차안(此岸)의 길도 피안(彼岸)의 길도
산 자가 걷는 길도 죽은 자가 걷는 길도
가식(假飾)도 반복도 끊김도 없이 영원한 것은
시간이 길을 만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