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며 느끼는 것들/더불어(癌)살아가는날들

5월30일

헤세드다 2013. 5. 31. 10:14

 

한편으로는 참 다행한 일이다

만약에 전 번 주에 생일이었으면 아무 것도 먹지 못했을텐데 회복기에

생일을 맞았으니 이 또한 복이 아니련가?

어제 준비한 미역을 씻어 물기를 꼭 쥐어 짜고는 들기름에 볶고

간을 한 다음 불려 놓은 황태와 들깨가루를 조금 섞어 생일 미역국을 끓이고

상에는 감춰두었던 장미 두송이를 놓고 과일등듣을 준비하여

화려하지는 아니 화려할 것도 없지만 생일상을 차렸다

역시 예상대로 미역국 보다는 장미 두 송이를 보고 환희 웃는 모습을 보니

어찌 되었건 그 덕분에 맛 없는 미역국은 순탄하게 잘 넘어 간 것 같다

얘들과 이리저리 상의하고 생일을 맞은 당사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저녁에는 인근의 한정식으로 가기로 하여 예약을 하라 일렀다

내일이면 월말이라 마감도 해야하고 미리 준비는 해 놓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오늘과 내일은 많이 바쁠 듯하다.

퇴근하여 집에 오니 보험 설계사 한 분을 모셔놓고는 자꾸만 암 보험을 들라고

재촉을 한다. 설계서를 두고 가면 나중에 자세히 읽어 보고 생각해 본 다음

계약을 하겠다니 아는 분인듯 그냥 대충 보고 계약했으면 하는 눈치인데

안다고 면 때문에 억지로 하듯 하기 싫어 저녁 시간 맞춰 오겠다고 하고는

운동하러 서둘러 나섰다 괜히 더 있어 봐야 자꾸 계약을 하라 권할 것은 뻔한 일일테니...

운도하러 가는 길에 앞 집 장애인을 둔 모친을 만나 창문을 닫을 것까지는 없고 처음부터 서로 조금 만

창을 가리고 살며 되지 않겠냐고 했던 마음을 다시 이야기 했더니

그제야 진심을 알았는지 그리 전하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라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고는 본의 아니게 엿보는 상황이

되었다 하니 창문을 봉했다하는 말을 들어니 마음이 아팠다

이제 본격적인 더위도 시작 되는데 한 곳에 앉아 있을 수 밖에 없는 장애아이라

얼마나 더 힘들까 싶어 더 기분 상하지 않고 상처 받지 않도록 잘 전하라 했으니

마음을 받아 주리라 생각한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은 장애아이든 정상인이든 다를 것이 뭣이 있으랴

자식이 잘 되면 기뻐고 잘 못되거나 아프면 같이 아픈 것을

 7시쯤 집에 돌아와 예약한 곳으로 막내랑 셋이서 택시를 타고 도착하니

큰 애는 퇴근하는 길목이라 미리 와 있었다

가격을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일 인당 35,000원에 상위 코스는 일 인당 55,000원이다.

으~~~~~~~~~~윽 그래 생일이니까

자주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원하는 대로 기분 좋게 해줘야지 하지만

속으로는 씁쓰레 하다 사실 나오는 음식도 그리 좋은 것도 아니건만

다음에 내 생일 때도 형평성에 맞게 이 곳을 또 오자고 하기에

"됐습니다. 건너 뛰겠습니다"하고는 웃어 넘기고 말았다

저녁을 먹고 얼마 되지 않는 거리라 얘들은 노래방으로 가고

둘이서 산책겸 운동겸 인근 공원을 들렀다 학교 운동장을 가로 질러

병원 입원 관계나 살아 가는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하며 집으로 돌아 왔다

무심코 앞 집 창문을 바라 보니 문이 열려 있고 얇은 발을 쳐 놓은 것을 보니

그 아이가 내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 준 것 같아 한편으로 고마웠다

집사람도 알고 있는 터라 열린 창문을 보고는 잘 되었다하며 피식 웃는다

서로 만나서 대화는 하지는 않아도  열린 창문의 공간 만큼 서로 마음이 통했으면 한다.

서로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며 이렇게 부대끼며 살아 가야 하는 것이 

삶이 아니겠는가 

오늘이 깊어 얼만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한다는 마음을 전하고는

설비하는 친구를 만나러 집을 다시 나섰다

늦은 시간 밖에는 만나기 힘드니 아무래도 오늘 중으로 촌에 부엌 싱크대와 벽면 보온재

처리등 공사를 장마가 오기 전에 서둘러야 할 듯하였다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전번에도 화장실 공사를 해주더니 이번에도

흔쾌히 해 주겠다고 하니 미안하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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