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며 느끼는 것들/더불어(癌)살아가는날들

5월27일

헤세드다 2013. 5. 28. 09:46

 

 

하늘이 잔뜩 찌푸려 심통을 내는 것을 보니 몇 시간 이내로 비가 내릴 듯하다

아침에 막내가 면접을 보러 서울을 간다면 서둘러기에 같이 아침을 먹고

출근 시간이 비슷하니 같이 나서자고 했다

이번에 취업이 되어야 할텐데 자신 있다고는 하지만 손 바닥 안에 쥐어 내 것이

되지 않은 다음에야 어찌 걱정이 안되랴

어제부터 식사를 어느 정도 하기는 하지만 이제 집안에 아무도 없으니 울쩍한 기분에

밥도 챙겨 먹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할까봐 수시고 전화를 했다

머리가 제법 빠지기는 했지만 보기에 그리 나쁘지는 않은데 여자인지라 엄청 신경이

가는가 보다 이미 가발을 사려고 시장 조사까지 해 놓았으니 게다가 오늘은 마지막 항암치료까지

버틸 퍼머를 한다고 외출을 한다고 한다.

오후에는 빗방울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퇴근 무렵에는 본격적으로 물 잔치를 하려는지

빗줄기가 제법 굵어진다.

퇴근을 하니 퍼머한 머리 모양이 어떠냐고 묻는다

사실 머리 숱이 적어니 예전 같지 않게 퍼러를 했는데도 눈에 띄게 머리 밑이 하얗에 드러난

부분이 오늘 땨라 크게 느껴젔지만 '여태 머리 한 것 중 제일 잘나왔다'고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운동을 간다기에 외출을 하는 것을 보고 저녁을 꼭 챙겨먹어라고 하고

큰애에게는 미안하지만 혼자 저녁을 챙겨 먹어라 이르고는 운동을 하러 나섰다

시간이 제법 되어 집에 오니 아직 집에 안 왔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운동 갔다 일찍 귀가해서서 집에서 밥을 먹었다고 한다.

씻고 거실에 누워 있으니 살며시 다가와서 옆에 기대고는 나즈막이

"이번만 항암 주사 맞고 이제 안 맞고 싶은데 괜찮을까?"라고 사정하듯

물어 본다.

참 이럴적에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 지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다

겨우 궁색하게 변명도 아니고 위로도 아니고

"나도 그럴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안하고 싶은데 내가 의사가 아니니..."

횟수가 점차 진행될 수록 힘이 많이 드는지 버티기 힘들어 이런 말을

부쩍 자주하는 것 같다.

확신만 있다면 자신만 있다면 "그래 이제 하지 말지"라고 말을 해야 하겠지만

지금 가는 길은 회차로나 U턴 이나 회전도 안되는 직진 뿐인 길이니

생명을 담보로 누가 감히 이래라 저래라 말을 할 수 있을까

창 밖에 내리는 빗 소리에 빗 물에 답답하고 무기력하기 그지 없는 마음을

묻고 씻겨 내려 보낸다. 오늘이 이렇게 가듯 그 어느 날도 이렇게 또

지나가고 또 그러다 피할 수 없는 그 날도 오겠지

 

 

 

 

 

 

 

 

 

 

 

 

 

 

 

 

 

 

'부딪히며 느끼는 것들 > 더불어(癌)살아가는날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29일  (0) 2013.05.30
5월28일  (0) 2013.05.29
5월26일  (0) 2013.05.27
5월25일  (0) 2013.05.27
5월24일(케모포트 염증 발생으로 진료 한 날)  (0) 2013.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