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며 느끼는 것들/더불어(癌)살아가는날들

5월29일

헤세드다 2013. 5. 30. 10:18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그 오랜 세월을 하고도  뭘 그리 부끄러운지

얼굴 드러내기를 한사코 마다한다.

환자에게는 아무래도 궂은 날 보다는 다소 덥더라도 활짝 개인 날씨가 좋은데

여느 때와 같이 선식과 과일,떡으로 대신하고 출근을 했다

막내 면접 결과가 오후쯤에는 나올텐데 은근히 걱정반 기대반으로 여러 생각이 교차된다.

오늘은 큰 형수 생신이라 찾아 뵙고 축하드리지는 못해 염치 없지만

축하 문자와 잠시의 통화로 대신했다.

점심 때 쯤 식사를 했는지 궁금하여 확인하고 얼마 후  막내가 3시쯤에

도착할 것이라고 전화가 왔다

일이 있어 늦은 김에 큰 애를 태우고 같이 퇴근하는는데 저녁에는

집에서 고기을 구워 먹겠다며 준비를 다 해놓았다고 연락이 왔다

집에 들어서자 마자 결과가 궁금하여 막내를 찾으니 시장에 갔다고 하는데

옷을 갈아 입기도 전에 이내 뒤따라 들어 왔다

결과를 몇 차례 물었으나 아무 말도 없고 다소 어두운 얼굴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하기에 '안됐구나'라고 생각하는 찰나 "합격했어요" 하며

도착하면서 동사무소에 가서 발급 받아 온 서류를 허공에 흔들며

"이게 왜 필요할까요"하며 웃는다

자식 극적인 효과를 주려고 집 사람과 그사이에 입을 맞췄나 보다

한꺼번에 오랜 동안의 체증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축하하고 고맙고 수고했다 말을 하고 어느 때보다 쇠고기에 삼겹살까지

찬이 많은 밥상이었지만 무게를 잊고 공중에 붕 떠다니는 기분이다.

가족 모두의 축하를 다시 받으며 기분 좋은 저녁을 먹고는 운동하러 나섰다

운동을 마치고 기분 좋은 마음에 생 맥주 몇 잔을 하고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하니 내일이 생일인데 미역국이라도 끓여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건 미역은 찾아 적당량을 불려 놓았으나 함께 넣을 쇠고기도 없고

시간이 늦어 정육점은 모두 문을 닫았을 것이고 고민하다 황태를 넣기로

하고 마트로 향했다

오늘 길에 그래도 생일 상인데 미역국으로는 밋밋한 것 같고 뭐 색다른 것이

없을까 생각하다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아침이라 밥도 그리 많이 먹지는 않을테니 먹거리는 충분하고 집 사람 생일 때면

항상 만발하는 장미 꽃을 테코레이션으로 밥상에 장식을 하면 좋을 것 같아

인근 초등학교로 향했다

운동하러 왔다 갔다 하며 평소 보아둔 장소가 있어 담장 옆으로 가니 활짝 핀

넝쿨 장미가 보기 좋게 피어있었다

미안코 계면쩍은 마음에 장미에게 한 마디 건넸다

"너를 꺽어 미안하다 밤도 늦고 해서 살 곳도 없고 하니 오늘 두 송이만

가져 갈테니 용서하고 이해하고 게다가 염치 없는 부탁이지만

내가 밉다고 인상 찌푸리지 말고 아픈 집사람을 위해 내일 아침 생일상에서

활짝 웃으며 생일을 축하해 달라고...."  

어쩌면 내가 끓이 맛 없는 미역국 보다 네가 훨씬 집 사람을 기뻐게 하리라고

믿어며........."

장미 두 송이를 적당히게 손질하여 제일 예쁜 잔에 꽂아 숨겨 놓고는 잠을 청해 본다

 

 

 

 

 

 

 

 

 

 

 

 

 

 

 

 

 

'부딪히며 느끼는 것들 > 더불어(癌)살아가는날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31일  (0) 2013.06.01
5월30일  (0) 2013.05.31
5월28일  (0) 2013.05.29
5월27일  (0) 2013.05.28
5월26일  (0) 2013.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