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그 오랜 세월을 하고도 뭘 그리 부끄러운지
얼굴 드러내기를 한사코 마다한다.
환자에게는 아무래도 궂은 날 보다는 다소 덥더라도 활짝 개인 날씨가 좋은데
여느 때와 같이 선식과 과일,떡으로 대신하고 출근을 했다
막내 면접 결과가 오후쯤에는 나올텐데 은근히 걱정반 기대반으로 여러 생각이 교차된다.
오늘은 큰 형수 생신이라 찾아 뵙고 축하드리지는 못해 염치 없지만
축하 문자와 잠시의 통화로 대신했다.
점심 때 쯤 식사를 했는지 궁금하여 확인하고 얼마 후 막내가 3시쯤에
도착할 것이라고 전화가 왔다
일이 있어 늦은 김에 큰 애를 태우고 같이 퇴근하는는데 저녁에는
집에서 고기을 구워 먹겠다며 준비를 다 해놓았다고 연락이 왔다
집에 들어서자 마자 결과가 궁금하여 막내를 찾으니 시장에 갔다고 하는데
옷을 갈아 입기도 전에 이내 뒤따라 들어 왔다
결과를 몇 차례 물었으나 아무 말도 없고 다소 어두운 얼굴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하기에 '안됐구나'라고 생각하는 찰나 "합격했어요" 하며
도착하면서 동사무소에 가서 발급 받아 온 서류를 허공에 흔들며
"이게 왜 필요할까요"하며 웃는다
자식 극적인 효과를 주려고 집 사람과 그사이에 입을 맞췄나 보다
한꺼번에 오랜 동안의 체증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축하하고 고맙고 수고했다 말을 하고 어느 때보다 쇠고기에 삼겹살까지
찬이 많은 밥상이었지만 무게를 잊고 공중에 붕 떠다니는 기분이다.
가족 모두의 축하를 다시 받으며 기분 좋은 저녁을 먹고는 운동하러 나섰다
운동을 마치고 기분 좋은 마음에 생 맥주 몇 잔을 하고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하니 내일이 생일인데 미역국이라도 끓여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건 미역은 찾아 적당량을 불려 놓았으나 함께 넣을 쇠고기도 없고
시간이 늦어 정육점은 모두 문을 닫았을 것이고 고민하다 황태를 넣기로
하고 마트로 향했다
오늘 길에 그래도 생일 상인데 미역국으로는 밋밋한 것 같고 뭐 색다른 것이
없을까 생각하다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아침이라 밥도 그리 많이 먹지는 않을테니 먹거리는 충분하고 집 사람 생일 때면
항상 만발하는 장미 꽃을 테코레이션으로 밥상에 장식을 하면 좋을 것 같아
인근 초등학교로 향했다
운동하러 왔다 갔다 하며 평소 보아둔 장소가 있어 담장 옆으로 가니 활짝 핀
넝쿨 장미가 보기 좋게 피어있었다
미안코 계면쩍은 마음에 장미에게 한 마디 건넸다
"너를 꺽어 미안하다 밤도 늦고 해서 살 곳도 없고 하니 오늘 두 송이만
가져 갈테니 용서하고 이해하고 게다가 염치 없는 부탁이지만
내가 밉다고 인상 찌푸리지 말고 아픈 집사람을 위해 내일 아침 생일상에서
활짝 웃으며 생일을 축하해 달라고...."
어쩌면 내가 끓이 맛 없는 미역국 보다 네가 훨씬 집 사람을 기뻐게 하리라고
믿어며........."
장미 두 송이를 적당히게 손질하여 제일 예쁜 잔에 꽂아 숨겨 놓고는 잠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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