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며 느끼는 것들/더불어(癌)살아가는날들

4월11일

헤세드다 2013. 4. 12. 10:47

 

 

오늘도 아침부터 먹는 것으로 전쟁이 시작된다.

어제 보다 더 힘들어하고 먹는 것을 아예 거부 할 심산이다.

한 녀석은 잠에 빠져있고 한 녀석은 출근하며 찬바람이 훅훅분다.

입가에는 부작용의 영향인제 한 두어군에 발진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간단한 음료를 마시고는 또 힘들다며 기대어 눞는 것을 보고

발에 쇠사슬을 단 것 처럼 무거운 발걸음을 회사도 향한다.

일을 하기는 해야겠지만 수신 안테나는 항상 집 쪽을 향해 있어

바쁘기는 한데 뭘 하고 있는지 무의식의 속에 손 발만 움직이고 있다.

거래처 가기 전에 죽집에 예약해 놓은 전복 죽과 호박죽을 들고

집으로 들어서니 상황은 아침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시간이 없어 죽을 챙겨 먹어라고 하고는 이리저리 일을 하고 나니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다.

딱히 뭘 먹고 싶다거나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없지만

국수집에 가서 대충 점심을 때웠다.

퇴근후 저녁을 차려 같이 먹고는 애들이랑 대화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에 방 안을 들어서니 큰 녀석이랑 어제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끝나면 하려고 창밖을 보며 기다렸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도 있었지만 막내 녀석 방에서 모아 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 마디부터 하지 말 것을 하는 후회가 앞선다.

처음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차츰 언성이 높아지고 어제 억눌렀던 감정들이 가슴에 속에서

터질 듯이 밀려 오며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함을 느꺘다.

아니 이제 시작인데 자기 입장을 이해해 달란다.

뭘 이해할까

골자는 이렇다.

큰 놈은 이래저래 속도 상하고 해서 그랬으니 알아 달라고

작은 놈은  취업시즌인데 간병 때문에 취업을 못했으며

이것 저것 간병에 신경쓰다 보니 신경성 위염도 걸렸고

다른 암 환자들은 그렇지 않는데 지 엄마는 유독 별나고 심하다고.....

아니 간병을 하면 얼마나 했다고

그래서 취업을 못했으니 그리고 몸은 이래저래 망가졌으니 책임지란 말인가

또 별스럽게 굴지 말고 음식도 그냥 주면 주는 대로 먹어라는 것 만 먹고

먹지 말라는 것은 아예 말도 꺼내지 말고.......

지금 상태을 제대로 알고 있냐고 물었지만 그것이 뭣이 중요하냐고

반문한다.

메뉴얼 대로 먹지 말아야 할 음식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 구분 해서 주면

그냥 먹으면 되지 다른 무슨 것이 필요하냐다.

아니 이 녀석을 사고는 지금 기계가 고장나서 해야 될 것과 하지 말아야 될 안전 수칙을

지켜 나가는 상황과 다를 것이 뭣이 있으랴

그때 그때 달라 지는 상황을 알 필요도 없고 수칙이 중요하며 그 선을 벗어나면

안된다고 하는 것은 환자의 마음이나 상황은 굳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차라리 돈을 주고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이 뱃 속 편할 것이다.

이제 간병에서 손 떼겠단다. 아니 내가 그러게 말을 하고 싶었다

꼴랑 며칠 신경 좀 썼다고 힘들어 죽겠다며 악을 쓰며 할말 못 할말 다 하는

녀석에게 참지 못하고 뺨을 후려갈겼다 '그래 차라리 손을 떼고 앞으로는 하지 말라고'

두 녀석 죄다 하는 행동이나 말을 보면 자식이 아니라  웬수다

급기야 언성도 높아지고 하니 안방에 있던 집사람이 말리며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내가 미안하다 차라리 내가 죽어야하는데 아파서 미안하다고'

가슴이 터질 것 만 같다 아니 심장을 꺼내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만 싶다.

'이 녀석들아 난 지금 죽어도 후회도 없고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

지금 네 엄마가 저렇게 아프니 꼭 건강하게 해 놓고 죽고 싶은 심정이다'

 평소에도 기대도 희망도 하지 않았던 놈들이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나이가 서른이 다 되어 가도록 독립할 생각은 커녕 도데체 무슨 희망과

미래를 안고 사는지 한심할 뿐이다.

한동안 불을 끄고 컴컴한 거실에서 창문을 응시했다

당자이라도 내 죽어 마누라 건강이 전 처럼 회복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세상을 둥진다 한들 무슨 미련이 있으랴

밤 하늘에는 슬픔 가득한 별 빛 몇몇이 간간히 소리 죽여 흐느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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