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이 아직 마음에 걸려 가슴에 납덩이가 매달린 것 같다
남은 호박죽을 데워서 먹게 하고는 나머지는 내가 먹겠다 했다
안그러면 분명 안먹을 것 같아서
먹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내 것은 데우지도 않고 그냥 먹었다
찰진 새알을 먹여서는 안되기에 그냥 먹어려니 굳어서 딱딱한
질감이 어제의 여운을 되씹는 것 같았다
토요일이라 그리 바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오늘은 여는 토요일과는
달리 바삐 움직여야만 했다
점심 때 쯤 전화를 했다
무엇이 먹고 싶냐고 했더니 돌나물과 다른 야채랑 해서
비빔밥을 먹고 싶다고 그리고 얘들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이 특히 밥이 먹고 싶다하니 참 반가운 소리로 들렸다
급히 서둘러 일을 마치고 잠시 하이마트에 들렀다
안방에 TV를 바꿔 주기 위해서....
적당한 가격의 스마트 TV로 구매 하고는 집에 오니
봄 나물과 밥을 비벼 놓고는 자꾸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아
왜 그러냐 했더니 고추장으로 비벼 먹어면 안되냐고 한다.
아마 얘들이 자극적인 고추장은 먹지 말라고 했는 것 같았다
지금 비록 가려야 될 음식이 있지만 그것이 뭣이 문제랴
당장 뭐라도 먹는 것이 중요하니 너무 많이는 넣지 말고
맛있게 비벼 먹어라 했더니 좋아라 한다.
이것 저것 가릴 것이 뭐가 있겠냐 그냥 아무 것이라도
먹고 그래 해가 되지 않는다면 맛있게 먹는 것으로만도 감지덕지 아닌가
거실,안방,화장실 청소와 집사람 이불과 요를 빨아 옥상에 널고 나니
벌써 5시가 다 되어 간다.
운동하러 가겠다고 하면서
저녁에 뭣이 먹고 싶냐했더니
점심을 늦게 먹어 생각 없고 나중에 먹고 싶어면 알아서 챙겨 먹겠다고 한다.
그리고는 작은 얘가 월요일 서울로 떠나겠다는 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데로 하게 두라고 했다
딱히 말리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여러 생각에 마음만 답답할 뿐이었다
탁구를 치는 둥 마는 둥하고는 이래 저래 속 상한 마음에 술을 한 잔 했다
그 사이 전화를 하니 저녁 밥을 점심 때 처럼 밥을 비벼 먹었단다.
집에 들어 오니 작은 놈이 이야기를 하잔다.
그래서 거실에서 모레 서울로 떠나는데 그간의 일을
조근조근 이야기 한다.
마음이 아프다 자식이란 부모란 과연 무엇이라 말인가
어제의 일은 내가 잘못 했다며 아버지이지만
자식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막상 떠난다고 하니 그리고 떠나는 녀석도 마음이 그런지
어제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말을 하니 그냥 이것 저것
여러 상황이 오버 랩 되면서 눈물이 났다
손을 몇 번이고 꼭 잡으면서 말했다
그래 언제고 네 방은 비워 있으니 힘들면 언제든
집에 오고 또 아프지 말고 돈 신경 쓰지 말고 밥 꼭 챙겨 먹어라고
방에서 짐을 꾸린다는 녀석을 뒤로 하고 창 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한 대 피었다
참 찹찹하기 그지 없다
왜 이런 상황 아니 이런 일들이 마구마구 물밀듯 들이 닥치는지
작은 얘 방문을 열고 물었다
서울 안 가면 안되냐고..........
고생할 것이 뻔하고 딱히 취업을 해서 가는 것도 아니고
또 잠자리 등 생활도 뻔한 것이고 너무 미안한 마음에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올라 가서 어떻게든 해 보겠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도 없어 멍하니 앉아 있었다
참 나란 놈의 팔자는 꼬이기도 더럽게 꼬인다 죄다 내가 능력 없고]
복이 없어 그런가 보다
마누라 간병에 얘까지 저리 간다고 하니
그저 먹먹하여 오늘은 더 이사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을 뿐이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정녕 모는 것이 내 탓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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