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며 느끼는 것들/더불어(癌)살아가는날들

4월12일

헤세드다 2013. 4. 13. 12:01

 

 

간단히 어제 사온 죽을 조금 데워 먹이고 참외를 깍아 주었더니

몇 조각 먹더니 회사 옆 와룡산에 가며 어떠냐고 묻는다.

그 말이 왜 그리도 반갑고 고마운지....

어제 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듯하여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큰 녀석 출근 시키면서 가려고 했는데

준비하고 기다리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휑하니 나가버린다.

당연히 어제 일의 찌꺼기가 남아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리해도 내게는 관계 없지만 어차피 가는 길인데

제 엄마 기분 좋고 맘 편하게 같이 타고 좋으련만 그것은

오로지 내 희망 사항일 뿐이다

산에 같이 가고 싶지만 거래처에서 급히 찾은 통에 등산로 입구에

내려 주고 내려 올 때 쯤 전화하라고 하고는 급히 물건을 싣고

거래처로 향했다

세상 일이란 것이 다 그런 모양이다.

바삐 물건을 내리고 있는데 거래처 사람이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지금 병원에 급히 가야하기 때문에 오늘 빨리 와 달라고 부탁했다'고

어디가 편찮냐고 물어니 부인이 경대 병원게 갔는데 병원 측에서

보호자를 급히 찾는 다고 해서 물어 보니 간 암이 심각한 상황이란다.

참 동병상련이라 해야하나 남의 일 같지 않아 집사람의 이야기를 했더니

눈에 걱정이 태산 같이 무거워 보이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다.

서로가 급하니 긴 말은 할 수 없었지만

그 분에게 앞으로 닥칠 일을 생각하니 그저 그림이 죄다 그려지는 듯하다.

회사에 도착하니 마침 하산하는 길이라고 하여 집에 태워 주면서

'지금 안방과 드레스 룸을 오늘 정리를 해야겠는데

이 참에 오래된 전축은 버리고 안방에 있는 TV만 바꾸자'고 하니

선뜻 동의는 하지 않지만 그냥 아무런 말 없는 표정에는

좋을 대로 하라는 것 같았다

서둘러 오전 일을 마치고 집안 청소겸 본격적인 정리에 들어갔다

드레스 룸의 몇 년 묵은 창문 틀을 닦고 버릴 것들을 거실로 옮기고

안 방에 있는 것 들을 정리하며 청소하니 2시가 훨씬 지났다

꼭 밥을 먹고 싶다는 것도 없었고 먹을 마음도 없었지만

행여  점심을 안 먹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냥 가만히 있으면

밥을 먹자는 말을 하지 않을까 내심 기다렸는데 아니다 다를까

느닷없이 어탕 국수가 먹고 싶다고 한다.

마무리는 다 되었고 해서 인근에 있는 어탕 집에 들러

양은 평소 보다 적었지만 국수와 밥을 잘 먹는 것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지만

아직도 속이 불편한지 다 먹기도 전에 음식 냄새가 싫어

밖에 먼저 나가 있겠다고 힌다.

그래서 오면서 봤던 라일락 꽃향기를 맡고 있어라 하고는

서둘러 밥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회사에 또 급한 일이 있어 현관에서 눈 인사하고는 바삐 차를 회사로 향했다

집 안 정리 하면서 나온 쓰레기나 재활용 품도 치우고 남은 일도

하고 나니 어느새 5시가 가까워진다.

이것 저것 정신 없이 하고 보니 온 몸이 한 짐에 피곤함이 물밀듯이 밀려 온다.

그저 잠시 누워 잠이라고 자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아니 상황이 아니지 않는가

또 집에가서 오늘 저녁을 무얼 먹일까 무얼 먹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그저 가슴에 먹구름 한 가득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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