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며 느끼는 것들/더불어(癌)살아가는날들

3월27일

헤세드다 2013. 3. 28. 10:56

 

하늘은 다소 흐리기는 해도 따스한 내음이 가득한 날이다.

아침 일찍 진통제가 마지막 단말마로 집사람의 팔에서 이별을 고하며

팔에 이것 저것 달려 있던 것들이 모두 시원하게 떠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수술한 안에서 빠지고 있는 수액 주머니 하나 뿐이니

그나마 활동하는데 조금 자유스러워 보이는 같다.

어제부터 흰죽이 나왔는데 동안 음식을 먹고 싶어 하더니 한동안

금식을 탓인지 이제 음식 먹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그것도 두어 번에 나누어서 먹는데도….

대충 씻고 병원 문을 나서 출근 길에 올랐지만 차도 마음 마냥 핸들이 무겁다.

오후에는 서울 형이 내려 온다고 전화가 왔다

바쁜데 오지 말라고 하였으나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나도 그랬을 것이다.

2시쯤 대충 일을 마무리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늦은 저녁에 회진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치의가 들러 마디 하더니 갑자기 항암 치료에 앞서 어깨 조금 아래쪽에

주사 구멍을 내야 한다고 해서 갑자기 이게 무슨 뜻인지 몰라

회진하고 다른 방으로 향하는 주치의께 어떻게 상황이냐고 물었다

주치의는 동행하던 인턴에게 결과지를 뽑아 오라고 지시했고

조금 결과지를 살펴 보더니 그림을 그려 설명을 했다 림프절을 23 떼어

조직 검사를 했는데 3 정도가 양성 반응을 보여 항암치료가 불가피 하다고…

그러는 사이에 대충 감을 잡은 집사람은 닥쳐올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을 예견하였는지

계속 울기만 하였고 작은 얘와 둘이서 다독거리며 위로하고 달랬지만

눈물을 쉽게 그치지 않았다.

얼마 형님 내외가 도착하였지만 병원 로비에서 만류했다 조금 있다가 들어가

보는 것이 나을 같다고……

마침 집사람 계원이 병문안을 와서 얘들이랑 저녁을 먹고 가기로 하고

식당에 들어 섰으나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냥 쑤셔 넣는 것이라 정도로

지금 먹을 밖에 없는 현실이 잔뜩 부풀게 하는 같다.

집사람과 형수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간간히 눈에 눈물이 비치더니

급기야 울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앞으로 얼마의 눈물을 보아야 할지 눈물을 얼마나 가슴 속에 넣어야 할지

야속한 밤은 혼자가 검게 그을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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