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大選(2012)의 뒤안길에서

헤세드다 2012. 12. 21. 14:42

 

 

 

한 여름 땡볕이

모두에게 뜨거웠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핏빛 보다 검붉은 진함도

눈물에 푹 젖은 푸른 솔도

밟히고 짓이겨도 돋아난 잡초도

 

세월 무상함에

모두가 제 갈 길로 뿔뿔이 흩어져

열정의 가슴도 차가운 머리도

망각의 깊은 주름에 죄다 먹혀버렸다

 

짙은 색은 일찍 빛 바랬고

바싹 마른 나무는 열기도 닿기 전 불타며

잡초는 더 이상 싹을 틔우지 않는다.

 

어쩌다 이 지경이 돠었을까?

너무 굶주려 참기 힘들었을까?

격랑의 파도가 힘에 부치었을까?

탐욕의 안주(安住)에 되돌아 가기 싫었을까?

 

취벽(翠碧) 나뭇 잎 아래 녹음(綠陰)은 셈법이 달라

목줄이 튀어 날 올 듯 외치던 함성

더운 밥도 외면하던 피 맺힌 눈동자는

마지막 낙엽이 채 떨어지기 전 사망 신고를 했다

 

변화의 주역(主役)들이 마시던 술잔은

주인이 되었지만 술 색깔은 바뀌어

맛 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잠 못 이룬 지난 오 년 그토록 그려오던 그림

다시 오 년을 그리기에 물감 마저 메말라

북망산을 향해 부러진 붓을 던졌다.

 

 

해란강(海蘭江) 응시하던 선구자(先驅者)

아직 말을 타고 달릴까?

낙숫물이 바위 뚫기까지 기다렸을까?

아니면 역사의 큰 강에 말을 익사 시켰을까?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고

누구는 체념하며

분명 지난 날의 때약볕을 털며 회상하리라

 

이제 속절없이 변해 버린 작금(昨今)

마주보며 손사래 치다

서로 다른 잔을 기울이겠지

 

축제의 연회에 한 나그네의 피눈물을

비아냥거리며 전해주는 하객(賀客)의 언짢은 말에

괜스레 서러움이 복받친다.

 

눈물 마저 메말라

하릴없어 토하지 못한 응어리들

목구멍에 쑤셔 넣고 울분을 삭이며

주저리주저리 변변찮은 글로 넋두리 대신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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