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해우소(解憂所 ) 연가(戀歌)

헤세드다 2009. 6. 13. 11:15

 

 

에라! 썩을 놈아

온갖 감언이설에

헤벌레 벌어진 입 사이로 흐르는 군침 주체 못하더니

늙어 보잘것없고 군내 난다 하여 이리도 핍박이냐?

 

콧구멍 확장 공사로 정신 못 차릴 때

오죽하면 배꼽이 가출을 결심했겠느냐 만

포만의 욕심은 귀를 닫고

세상의 산해진미 아귀 같이 한 쌈에 틀어 넣지 않았느냐?

 

청춘과 열정 바쳐 지켜 주고

빈 껍데기로 남은 처량한 신세다만

은공은 고사하고

어찌 모두 내 탓으로 돌리느냐?

 

언제 화사한 옷 한 벌 사달랬더냐?

언제 지붕 새어 한강 되어도 고쳐 달랬더냐?

언제 갈증에 타 들어 가도 물 한잔 달랬더냐?

 

손수 네가 만든 외통수 이정표 따라

싫은 내색 없이 걸어갔을 뿐인데

왜 이리 천대 받아야 한단 말이냐

악 쓰는 네 꼬락서니 보기 싫어 서둘러 가는데

뒤통수에 물세례까지 퍼붓다니

 

함께 하고픈 마음 코딱지 만큼의 정나미 없고

빨리 걷어차서 보내고 싶겠지

세상 고민 틀어 쥐고 오만상 [五萬相]

위자료 계산에 통박 굴리는 소리 예까지 들려

치사하고 치사해서 빨리 사라지련다

 

썩을 놈의 술수에 말려

하루 잘못 유숙하다 이 꼴 되었는데

누굴 잡아 하소연 하리

한 때는 담보 잡아

해 볼 것 다해 보지 않았더냐

 

에라 이놈아

인사 좀 하거라 인사 좀

저질러 놓고 악 쓸 때 벌써 눈치 챘다만

살짝이라도 아는 척 하면

자존심이 부패하더냐?

인격에 금이 간다더냐?

어차피 너와 나만 아는 비밀 아니더냐

 

줄을 잘 못 서서

평생 뒤 구석 2인자 첩 같은 자식이다만

앞에 놈만 쳐다보며 애지중지 말고

한번만이라도 날 봐 줄 수 없겠니?

 

안녕

안녕

다시 만날 수도 만나지도 못하지만

대문 나 설 때까지 만이라도 손 흔들어 주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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