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 썩을 놈아
온갖 감언이설에
헤벌레 벌어진 입 사이로 흐르는 군침 주체 못하더니
늙어 보잘것없고 군내 난다 하여 이리도 핍박이냐?
콧구멍 확장 공사로 정신 못 차릴 때
오죽하면 배꼽이 가출을 결심했겠느냐 만
포만의 욕심은 귀를 닫고
세상의 산해진미 아귀 같이 한 쌈에 틀어 넣지 않았느냐?
청춘과 열정 바쳐 지켜 주고
빈 껍데기로 남은 처량한 신세다만
은공은 고사하고
어찌 모두 내 탓으로 돌리느냐?
언제 화사한 옷 한 벌 사달랬더냐?
언제 지붕 새어 한강 되어도 고쳐 달랬더냐?
언제 갈증에 타 들어 가도 물 한잔 달랬더냐?
손수 네가 만든 외통수 이정표 따라
싫은 내색 없이 걸어갔을 뿐인데
왜 이리 천대 받아야 한단 말이냐
악 쓰는 네 꼬락서니 보기 싫어 서둘러 가는데
뒤통수에 물세례까지 퍼붓다니
함께 하고픈 마음 코딱지 만큼의 정나미 없고
빨리 걷어차서 보내고 싶겠지
세상 고민 틀어 쥐고 오만상 [五萬相]에
위자료 계산에 통박 굴리는 소리 예까지 들려
치사하고 치사해서 빨리 사라지련다
썩을 놈의 술수에 말려
하루 잘못 유숙하다 이 꼴 되었는데
누굴 잡아 하소연 하리
한 때는 담보 잡아
해 볼 것 다해 보지 않았더냐
에라 이놈아
인사 좀 하거라 인사 좀
저질러 놓고 악 쓸 때 벌써 눈치 챘다만
살짝이라도 아는 척 하면
자존심이 부패하더냐?
인격에 금이 간다더냐?
어차피 너와 나만 아는 비밀 아니더냐
줄을 잘 못 서서
평생 뒤 구석 2인자 첩 같은 자식이다만
앞에 놈만 쳐다보며 애지중지 말고
한번만이라도 날 봐 줄 수 없겠니?
안녕
안녕
다시 만날 수도 만나지도 못하지만
대문 나 설 때까지 만이라도 손 흔들어 주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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