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3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세레나데

헤세드다 2017. 11. 27. 15:54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세레나데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두 녀석은 이복형제로

영역에 관한 한 한치의 양보 없이

피 튀기도록 싸우는 앙숙관계이다.


그렇지만 두 녀석의 지향점은 같아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는

기꺼이 양보하고 타협하는

야합(野合)과 담합(談合)의 귀재다.


영토확장을 위해 교묘하게 인간의 검은 야망을 부추겨

지구의 산과 바다를 모조리 덮고는

지기(地氣)와 천기(天氣)의 흐름을 철저히 차단하여

숨통을 조이고는 끝내 질식사시키는 것이 명확한 목표다.


천지의 순리를 거스른

그들의 끝없는 탐욕으로

점차 땅과 하늘은 소통의 기()가 소멸되어

갈수록 인간성은 메말라 피폐되고 말 것이다.


대지의 숨결인 어머니를 감금하고

우주의 눈길인 아버지를 기망하니

두 녀석이 뿌려대는 것은 오욕(五慾)으로 찌든 먼지요

하늘과 땅이 흩날리는 것은 생명 먼지다.


콘크리트에서 아스팔트 다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눈감을 때까지

한 번이라도 흙을 밟은 적이 있었던가?


, 맨땅을 밟는다는 것’

‘흙먼지와 함께 한다는 것’

일상에서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온종일 발아래서 전해오는 딱딱한 냉기로

사람들의 가슴가슴도 그렇게 굳어만 가는구나


하늘과 땅, 천지(天地) 사이의 인간

즉 천지인(天地人)이라지만

인간의 헛된 야욕으로 끝내 천인지(天人地)가 되지 못하고

하늘과 땅 사이에 추방되어 머나먼 변방으로 밀려났다.


대지(大地)의 흙은 사랑이자 어머니이며

하늘의 숨소리는 우리의 꿈이자 아버지이니

머리를 하늘에 두고 살며 가끔은 아주 가끔은 말이다

흙을 밟고 그 내음을 맡으며 풀풀대는 흙먼지 사이로

천지의 소근거림에 귀 기울여 봄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