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3

어오내이시여!

헤세드다 2017. 11. 23. 13:14



--어오내이시여!—



어오내

어오내

어오내이시여

애달도록 참으로 무심하구나!


, 가네!

그리 붙잡았건만

, 오네!

그리 막아섰건만


어늘(어제와 오늘)과 오내(오늘과 내일)

늘 끊지 못한 꿈속 같은 경계선일 뿐이로다


어찌하여 기꺼이 어늘을 보내지 못하고

무엇 때문에 흔쾌히 오내를 맞이하지 못하나

혼돈으로 얼키설키 엮인 날들 속에

거미줄 같은 사집(私執)의 올무에 잡혀있구나


마무리하지 못한 날은 아직 저만치 서성이고

준비하지 못한 날은 벌써 이만치 와있을 뿐이로다


어오내

어오내

어오내이시여

모질도록 참으로 야박하구나!


오늘이 있어 어제도 내일도 보인다지만

모든 것이 뒤죽박죽 난장판 되어

하루하루 몽롱하게 취한 듯

그 사이사이를 춤추며 줄타기하고 있구나


어제의 찌꺼기가 담긴 오늘의 물그릇

오늘의 뜬구름으로 부푼 내일의 물그릇

어오내가 하나 된 관념의 물그릇

어찌 그릇을 탓하오리까


어오내

어오내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시여

가맣도록 참으로 냉정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