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半島)의 신음(呻吟)--
한 통속이라
위, 아래는 분명 많이도 닮았거늘
극구 부인(否認)하며
철천지원수(徹天之怨讐)같이
서로는 죽기 살기로
헐뜯는다.
뭐가 다르랴
성씨(姓氏)가 다르고
성(性)이 다를 뿐
아! 그렇다
나이도 제법 차이 나는구나
구중궁궐 속에
애비 잘 만나
갖은 혜택 누리며
자리 그저 받았으니
제 잘난 맛에
안하무인
고집불통
무소불위
오만 방자하다
민주와 자유를 감금하고
저항의 소리 난도질하며
고상하게
우아하게
독야청청(獨也靑靑)한 척
독불(獨不) 정정이니
머리가 텅 비었는지
익힐 것만 익혔는지
외통에 먹통
무지와 무분별
무개념에 개똥철학
총(銃)으로 무장하나
인(人)의 장막으로 둘러쌓나
뭐가 다르랴
도대체
배 한번 곯지 않고
민초의 서러운 눈물 알 길 없이
입만 뻥긋하면
경제 또 경제
언제 그 덕에 살았더냐?
모든 민초가
우리 속에 갇혀
밥만 주면 행복한
굶주린 돼지로 보였는지
오로지
사료 찾는 시늉 잘도 한다
십상시(十常侍) 장식(裝飾) 박힌 문고리
주변을 기웃대는 알랑쇠와
알아서 기는 바라기들
뺏기기 싫고
쌓고 더 쌓아
자손만대 향유하려
자리 지키고 한자리 처먹으려
알짱거리며
비벼대는 소리에
역겨워 구역질하다
울분의 붉은 핏덩이
내장(內臟)까지 죄다 쏟고 싶다.
서슬 퍼렇던 날
오적 시(五賊時)를 토하던 한 문인(文人)도
세월 앞에 변절(變節)하고
배부른 붓과 펜은
비만에 날이 무디어
보고도 못 본 척
더러움을 묻히기 싫어
그저 보이는 꽃과 바람만 찾아
위선과 가식으로 가득하니
어찌
통탄하다 말 않을까?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
열 손톱 하나씩 뽑히고
손가락 하나씩 잘려가도
한 점 한 점 살이 뜯기고
뼈 마디마디가 부서지도
심장마저 터져 선혈이 낭자하는
고통이 극에 달한 들
어찌 철퇴 두려워
외면하고 달콤함만 찾으랴
비록
뱃가죽 등에 달라붙어
굶어 죽는다 한들
참고 견딜 수 있으리라
좀 더 먼 훗날
자식(子息)이라도 꿈꿀 수 있는
희망의 연(鳶) 떠오를 수 있다면
순례자로 살아도 좋으련만…
유사(有史)이래
반도의 신음은 언제 끝나려나
갈라져 있는 것도 비통한데
위, 아래에서 자리보전하려
애꿎은 반도의 허리(休戰線) 수시로 조여 대니
밟히고 짓이겨 눈물 속에 핀
질경이 꽃이며
가엾고 가엾도다
앞, 뒤, 좌우 어딜 봐도
꿈도 희망의 출구
찾을 길도 기댈 곳도 없구나
아!
반도 문인들이여!
지금 행복하십니까?
은둔의 휘장(揮帳) 뒤에
산, 하늘, 바다만 바라보며
언제까지
사랑의 어여쁨과
이별의 아픔만 찾으리오
아름다운 금수강산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
지키고 가꿀 이
과연 뉘 몫이더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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