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2

경계표(境界標)

헤세드다 2015. 1. 15. 13:25

 

 

경계표(境界標)


피치 못할 사정으로

평일은 가야만 하는 왜관(倭館)

사수동(泗水洞)을 등 굽어 돌자마자

 

안녕히 가십시오

여기까지

대구광역시 구역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여기부터

() 낙동강 시대를 여는 

호국의 고장 칠곡입니다.

 

땅거미 만찬에 도취할 무렵

짐 진 머리 베개에 닿을 때

살포시 눈 감으면

안녕히 가십시오

 

별 빛 아스라이 멀어져 갈 무렵

배달부 새벽 깨는 소리 들릴 때

부스스 눈을 뜨면

어서 오십시오

 

매 순간 셀 수 없이

구분할 수 없는 경계를

그리 쉽게 넘나들며

불사조(不死鳥)만 같은 나날들

 

그 언젠가

다시 못 올 경계를 넘어설 때는

 

안녕히 가십시오

여기까지

그대 삶의 구간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여기부터

() 요단강(Jordan)이 열리는

업보(業報)의 장()

영원한 거처(居處)입니다.

 

그 어느 날

그 경계표

연무(煙霧) 속 희미하게 비친다 해도

어제 본 듯 그리 지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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