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표(境界標)
피치 못할 사정으로
평일은 가야만 하는 왜관(倭館) 길
사수동(泗水洞)을 등 굽어 돌자마자
안녕히 가십시오
여기까지
대구광역시 구역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여기부터
신(新) 낙동강 시대를 여는
호국의 고장 칠곡입니다.
땅거미 만찬에 도취할 무렵
짐 진 머리 베개에 닿을 때
살포시 눈 감으면
안녕히 가십시오
별 빛 아스라이 멀어져 갈 무렵
배달부 새벽 깨는 소리 들릴 때
부스스 눈을 뜨면
어서 오십시오
매 순간 셀 수 없이
구분할 수 없는 경계를
그리 쉽게 넘나들며
불사조(不死鳥)만 같은 나날들
그 언젠가
다시 못 올 경계를 넘어설 때는
안녕히 가십시오
여기까지
그대 삶의 구간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여기부터
신(新) 요단강(Jordan江)이 열리는
업보(業報)의 장(場)인
영원한 거처(居處)입니다.
그 어느 날
그 경계표
연무(煙霧) 속 희미하게 비친다 해도
어제 본 듯 그리 지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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