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병들기 시작한 계절은 가을이 되어 생사의 고비를 넘기더니
삭풍에 점점 굳고 또 굳어 봄 바람과 함께 가사상태에 빠져 버렸다.
시간이 멈춰 겨우 링거와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하루하루를 연명하지만 굳이 그렇게
유지해야 할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꽃 봉오리는 추억을 간직한 체로 새싹은 뾰족이 뒤안길을 삼키고 고개만 내밀다 더 이상
포기하고 말았다.
오늘은 어제이고 내일은 어제 되어 더 이상 오늘이 존재하지 않으니 무얼 더 바랄까
설령 칠흑 같은 바다에서 꺼져버린 등대 불이 다시 비친들 반대편으로 아니 그냥 수장을
시키는 것이 나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하루 또 하루를 전혀 의미를 찾을 길 없는 그 길은 에스컬레이터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기고 있지만 무심히 바라만 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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