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을 멈춰야 할 때/돌 위에 앉아

화장실에서의 뜨거운 손길

헤세드다 2013. 12. 11. 09:36

 

 

              ~~~~화장실에서의 뜨거운 손길 ~~~~

날씨가 몹시도 무더웠던 얼마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 날도 변함없이 평소와 같이 탁구를 치고 있었는데 잘 알고 있던 후배 녀석이 전화가 와서는 오랜 만에 형님 집 근처에 왔으니 술이나 한잔 하고 싶다 하여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는 하고 있던 게임을 서둘러 마치고는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약속 장소인 인근에 있는 생맥주 집(청송 막걸리)으로 가니 벌써 도착해 있더군요

탁구장 안에 냉방시설은 되어 있지만 더위 탓에 온 몸이 땀으로 범벅 되어 샤워를 하고 금방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100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잠시 오는 사이에 벌써 이마에 땀이 흐를 정도로 몹시 더운 날씨였습니다.

 

평소에 생맥주를 즐겨 마시기도 하지만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린 터라 시원한 생맥주가 입 안 가득 맴돌며 목 줄기를 타고 내려가 온 몸의 더위를 식히기에는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사실 얼음 물이나 냉수로는 무언가 부족하며 쉽게 가시지 않던 갈증은 시원한 생맥주 한 잔에 두 무릎을 꿇고 입에서는 자연스레 ~~하는 소리와 함께 온 몸을 전율시키는 듯한 그 짜릿한 맛은 아마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을 모를 것입니다. 특히나 운동을 하고 난 뒤라 500CC의 생맥주 한 잔은 순식간에 게 눈 감추듯 바닥의 배를 드러내며 바람 소리로 이내 가득 찼지요.

 

후배는 소주를 좋아하는 터라 서로 각자 다른 술을 놓고는 살아가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였습니다.

이 후배 녀석은 평소에 입담으로 치자면 두 번째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손꼽힐 정도였습니다.

이야기 보따리를 한 번 풀기 시작하면 그 끝을 모를 정도로 해학과 익살 등 어디에 가도 분위기를 주도하며 같은 소재라도 이 후배는 갖은 양념을 골고루 하여 참 맛깔스럽게 가공을 한 뒤 신품으로 재 탄생시키는 정말 물건중의 물건이었습니다.

물론 재미있게 말하는 재주도 있지만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이야기 속으로 끌어 당겨 푹 잠기게 하는 묘한 매력과 탁월한 입담은 과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후배의 입담에 깊어 빠져 들 즈음 같이 술을 마시지만 저는 갈증도 심했던 터라 후배가 소주 한 병을 비울 쯤에는 이미 4(500cc) 정도를 비웠고 그 즈음부터는 아래에서 방출의 신호가 슬슬 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때부터는 후배의 입 보다는 자연스런 생리현상에 점점 아래 쪽 신호에 신경이 쓰여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끊이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통에 중간에 말을 끊을 수도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참기가 힘들어지는 참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생리현상이라는 것이 참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급기야 온 몸이 점점 새끼 꼬듯 슬슬 꼬이기 시작하고 듣는 것에 집중 되지 않으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도저히 참기 힘들어 다리를 이리 꼬았다 저리 꼬았다 하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있으니 이 모습을 눈치를 챈 듯

아니 형님은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왜 그리 안절부절이요

하기에 이 때다 싶어 동생 도저히 안되겠다 내 지금 화장실이 너무너무 급하걸랑  빨랑 갔다 올게

하고는 뒤도 돌아 보지 않고 화장실을 향해 날듯이 쏜 살같이 뛰어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이 막걸리 집의 화장실은 문을 열고 들어 가면 두 칸이 있는데 첫 번째가 여자 화장실이고 안쪽은 남자 화장실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데 특이하게 소변기가 별도로 없고 좌변기만 있는 남자들에게는 다소 어색한 화장실이었습니다.

 

너무 오래 참았던 터라 굳이 힘들이지 않아도 탈출에 급급한 놈들을 방관하며 시원한 방출의 쾌감을 정신 없이 느끼고 있는데 순간 뒤에서 누군가 손가락 하나로 저의 거시기(똥꼬)를 살살 만지고는 손을 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평소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짓궂은 장난도 많이 치는 후배 녀석이었기에 이러다 말겠지 하고는 그냥 가만히 있었지요 또 상황이 상황인지라 장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볼 일 보는 것이 급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재차 손가락을 넣더니 또 좀 전처럼 그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볼 일이 급하기는 하지만 한 마디 해야겠다 싶어 ! 왜 그래 까불

면 그냥 이대로 확 돌아서 버릴 거야 하지마래이했더니 손을 빼는 듯 하더

니 이내 또 손가락으로 같은 장난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제 소변도 거

의 다 마무리로 치닫는 상태이고 조금은 짜증이 나서  야 동생!  이제 마이

무따아이가 제발 좀 고마해라이하고는 뒤를 돌아 보는 순간 모든 것이 정

지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소변도 순간 뚝 끊어지고 얼굴의 모든 근육도 몸도 마비되었고 주변 모든 것이 그대로 멈춰버리고 만 것입니다.

서로의 얼굴이 마주친 그 짧은 순간은 그야말로 시간 자체가 정지되어 버린 것입니다. 아니 장난치는 녀석이 당연히 후배라고 생각했었는데 세상에 세상에나 어떻게 이런 일이

제 뒤에 서 있는 사람은 저와 비슷한 연배의 태어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남자로 얼굴에는 외출했던 웃음이 막 들어 가려다 문틈에 끼인 것처럼 어색하게 천천히 굳어 가고 있는 표정으로 바라 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잠시의 정적을 깨며 낯선 남자는 아이고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저는 친구인줄 알고 장난을 쳤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하며 황급히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를 할 생각도 못하고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혀 그냥  먹먹할 뿐이었습니다.

남은 볼 일을 보며 마무리하는 잠깐의 시간 동안 아무리 생각을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고 그저 너무도 어이가 없을 뿐이었습니다. 그저 황당,당황 그 자체로 뭣이 이런 경우가 있지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멍한 마음으로 화장실을 막 나오려는데 닫혀 있던 옆 칸 여자 화장실에서 사장님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좋은 밤 되십시오하는 말 소리는 분명 조금 전에 저를 희롱한 그 남자 인듯한 목소리였습니다. 밖으로 완전히 나간 줄 알았는데 언제 들어 왔는지 옆에 있는 여자 화장실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그저

 ~~~~”하고는 오히려 제가 민망하여 서둘러 나왔지요

사실 딱히 뭐라고 대꾸 할 입장도 아니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해야겠습니까

 

후배가 기다리고 있던 테이블로 돌아 오는 몇 발작의 짧은 거리가 그렇게 멀게 느껴질 정도로 수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니 사과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나중에 좋은 밤 되라고 하는 것은 흔히 하는 인사도 아니거니와 이게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일까 혹 변태 즉 호모가 아닐까라는 이상한 생각이 드니 갑자기 머리 속이 하얗게 텅 비면서 낮고 굵직한 종소리가 사정없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혹시 지금 성희롱성추행내가 변태한테 당한 것인가하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물밀 듯이 밀려오는 찝찝하며 기분 더러운 참으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멍하니 앉아 후배 얼굴 보다는 술잔만을 바라 보며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으니 후배 녀석이 아따 형님은 화장실에 갔다가 급해서 바지에 실례를 한 거요 뭐요 뭘 그래 멍 때리고 있는 거요하기에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후배에게 조금 전에 겪은 웃지 못할 황당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듣더니 갑자기 테이블이 부서져라 두 손으로 두드리며 배를 잡고 곧 숨이 넘어 갈 듯 헉헉거리며 박장대소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더니 아니 그래 형님 기분 좋았수 형님 혹시 느낀 것 아니요하며 이 상황이 재미있는 듯 오히려 약을 올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지금 내가 농담할 기분이 아니거든 아주 기분 더러우니까 쓸데 없는 소리하지 말어라고 했지만 후배 녀석은 아예 재미를 붙인 듯 왜요 형님 사실 평소에 조금 의심했는데 그래 진짜 기분 좋았지요 어디 한 번 진짜 속내 한 번 들어봅시다하며 계속 약을 올리며 즐기는 투였습니다.

대응해 봐야 자꾸 괜히 약만 올릴 것이 분명하고 득 될 것도 없기에 조금은 짜증이나 얼굴을 붉힌 채 술을 마시려는데 제 뒤 쪽 테이블에서 손을 마주치며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크게 웃는 소리와 대화 중에는 얼핏 조금 전 화장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저의 관한 이야기를 하는 듯 했습니다.

그제야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안 쪽 테이블에 십여 명의 50대 전후의 아주머니 아저씨들로 제 쪽을 보며 웃고 난리가 난 듯해 보였습니다.

 

분명 저를 희롱했던 그 남자와 일행인 듯 보였고 여태 그 쪽을 못 보았던 것

은 뒤쪽인데다 테이블 위치가 안 쪽으로 쑥 들어가 있어 일행의 서너 분은

보이지만 그 쪽으로 완전히 들어 서지 않으면 혹은 말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안쪽 테이블에는 손님이 있는지 없는 지도 알 수 없는 그런 곳으로 평소에는

거의 손님을 잘 받지 않는 그런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술을 마시며 굳이 다른 테이블에 신경 쓸 이유도 없고 그 안 쪽에 손님들이 있었는가 하고 생각이 들 정도로 안 쪽 테이블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부부로 보이는 듯한 여러 명이 제 쪽을 바라 보며 웃고 떠들고 하기에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분명 그 남자가 저들과 일행인 것은 틀림이 없을 것이고 조금 전의 화장실에 있었던 일을 저렇게 공개적으로 말했을 때는 친구로 착각한 것이 확실할 것이며 특히나 여자 분들도 있는데 만약 진짜 변태라면 말을 아예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니 분명 실수한 것이 틀림이 없다라는 나름대로 결론은 내린 뒤 후배 녀석에게

내 잠시만 저 쪽 테이블에 갔다 올께하니 이를 눈치 챈 후배는 아니 형님 우짤라고요 그냥 계시지 않고 이미 지나 간 일 뭐할라꼬 갑니까

하는 만류를 뒤로 하고암튼 미안하지만 갔다 올테니 잠시 기다려하고는 주인에게 소주 한 병을 시켜서는 들고 안 쪽 테이블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테이블 쪽으로 들어 서자 마자 저를 보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배를 잡고 다시 박장대소를 하며 웃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특히나 아주머니들은 아예 눈물까지 질금질금 흘리며 소파나 테이블을 두 손으로 북 치듯 두드리며 웃는데 참 가관이었습니다. 시쳇말로 한마디로 뒤집어 진 것입니다.

 

그 순간 안쪽에 있는 문제의 그 남자가 멋쩍은 듯 뒤 머리를 긁적이며 황급히 나오더니 제 손을 잡으며 아이고 사장님 제가 먼저 갔었어야 하는데 이렇게 오셔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 드리지만 아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저는 저 녀석인 줄 알고 장난을 쳤는데 그만…..” 하며 손을 향하는 사람을 보니 머리 스타일도 위에 입은 옷 색깔이 조금은 비슷해 보였습니다. 아마 맨 정신도 아니고 술을 제법 드셨으니 착각은 할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 남자 분은 자리를 권하더니 자기 부인을 소개하고는 오늘 부부 계 모임이라 이렇게 자리를 하게 되었노라며 평소 저와 친분이 있었던 것처럼 일행들을 소개하였습니다. 분위기가 이렇게 되니 자연스레 술 한 잔을 따라서는 서로 주고 받게 되었고 당연히 화제는 조금 전의 일명 화장실에서의 황당한 똥꼬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지요

 

술을 한 잔씩 하고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건(?)으로 야기된 저의 찜찜했던 생각들과 후배랑 나눈 이야기를 했더니 또 한 번 웃음 바다가 되었습니다.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그 남자 분이 명함을 건네며 소개를 하는데 경남 김해에 살며 농장을 하고 있는데 언제 한 번 농장을 방문하며 암 송아지를 한 마리 잡아 대접하겠노라며 진심 어린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리고 오늘은 회원 중의 한 사람인 이 가게에 계시는 분의 남편이 유사라 이 곳에서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는 부연 설명을 하며 꼭 한 번 들러 주세요라는 말씀을 두어 번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언제가 기회가 되면 한번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부인을 향해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사모님 아무래도 조심하십시오 남편 되는 분의 손 놀림은 처음은 아닌 것 같고 저 또한 오늘 느낌도 남달랐는데 어쩌면 저 사장님과 연분 나면 사모님을 버릴 지도 모릅니다.”

이 농담에 다시 한번 크게 웃으며 여러 번의 술잔이 흥겹게 오간 뒤에 몇 번이고 재회의 약속을 한 뒤 오랜 지기처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였습니다.

 

앞으로 이 일이 문득 생각날 때는 두고두고 혼자 실실 웃음이 날 수 밖에 없는 참 황당한 해프닝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사건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이런 일로 이런 것으로 인해 뜻밖의 색다른 인연을 맺을 수도 있구나 하며 훗날 우연히 이 기억이 떠오른다면 몇 번을 생각해도 실소를 금할 수 밖에 없는 일을 겪은 날이었던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