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2

간병(看病)의 그림자

헤세드다 2016. 7. 19. 14:05





--간병(看病)의 그림자--






첫 모금 새벽 담배인 듯


밤새 모기향에 취한 듯


머리 속은 껍데기만 남은 채


뿌연 연기들이 세포 사이를 스멀거린다.


 


오랜 시간 영화가 끝난 뒤


두터운 출입문 틈


비집고 맞은 한줄기 빛은


극장과 현실이


뒤범벅된 순간순간으로 연속된 나날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꿈속에 꿈을 꾸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짙은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아버지, 마수없이 아내 그리고 예고된 어머니


간병(看病)의 지게는


숙명(宿命)의 그림자로 길게 드리워지지만


이 장면(場面) 장면도


언젠가 끊어지는 낡은 줄이 되겠지


 


아팠다.


나도


아니 아프면 안 되었다.


아프다


나도


아니 아프다 하면 안 된다.


 


절대 장담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짊어진 짐 내려놓을 날 알길 없어도


분명코


내 짐 누구에게 지울 일 없으리라


하지만 누가 알리오? 어느 날이 앞서 올지


 


오늘도 석양(夕陽)은 붉지만


아침노을 흉내내지 않듯


그 날은 서산(西山) 닿기 전


홀로


외롭고 먼 여정


돌아보지 말고 웃으며 나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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