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看病)의 그림자--
첫 모금 새벽 담배인 듯
밤새 모기향에 취한 듯
머리 속은 껍데기만 남은 채
뿌연 연기들이 세포 사이를 스멀거린다.
오랜 시간 영화가 끝난 뒤
두터운 출입문 틈
비집고 맞은 한줄기 빛은
극장과 현실이
뒤범벅된 순간순간으로 연속된 나날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꿈속에 꿈을 꾸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짙은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아버지, 마수없이 아내 그리고 예고된 어머니
간병(看病)의 지게는
숙명(宿命)의 그림자로 길게 드리워지지만
이 장면(場面) 장면도
언젠가 끊어지는 낡은 줄이 되겠지
아팠다.
나도
아니 아프면 안 되었다.
아프다
나도
아니 아프다 하면 안 된다.
절대 장담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짊어진 짐 내려놓을 날 알길 없어도
분명코
내 짐 누구에게 지울 일 없으리라
하지만 누가 알리오? 어느 날이 앞서 올지
오늘도 석양(夕陽)은 붉지만
아침노을 흉내내지 않듯
그 날은 서산(西山) 닿기 전
홀로
외롭고 먼 여정
돌아보지 말고 웃으며 나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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