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그치고 나니 확실히 기온이 내려가 가을 느낌이 난다.
처서란 절기를 비껴나갈 수가 없으니 조상님의 지혜가 새삼스레 위대해 보인다.
아침을 간단히 챙겨 주고 어제 외출을 못한 죄로 오늘을 장소는 정하지 않았지만
공기 좋은 곳으로 나가 밖에서 점심도 먹고 외출을 하기로 하였다.
물과 간단한 음료를 챙겨 청도 쪽으로 가려다 팔공산으로 올라 가기로 하여 한 바퀴 드라이브를
한 다음 산 중턱에 있는 식당의 야외 마루에 앉아 파전과 닭 볶음을 시켜 먹었다.
산이라 그런지 공기도 다르기도 하지만 가을의 중턱에 살짝 와 있는 느낌이었다.
음식 냄새가 덜 풍겨서인지 평소 잘 먹지 않던 음식도 맛있게 잘 먹고 오랜만에 시골 아니
산골스런 분위기를 만끽하였다.
서너 시간이 지나자 조금 한기를 느꼈는지 춥다고 하여 조금 더 있고 싶었으나 하산을
하였다.
집에 다다랐을 무렵 서울 형수로부터 전화가 왔다 상속 문제로 인해 내용을 잘 몰랐는데
서류는 어쩔 수 없이 보내 주라니 주기는 했는데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때 만나서
해도 될 텐데 왜 그렇게 빨리 서두르며 도대체 어떤 결론을 갖고 진행하는지 자꾸만
불만 섞인 투로 말씀을 하시는데 딱히 드릴 말씀도 없었다 형수님을 법무사에 의뢰 하여
내가 진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알고 있는 부분만 말씀 드렸다
사실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리 알고 싶지도 않고 이로 인해
형제간에 분란이 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이것이 빌미가
되어 서로 얼굴 붉힌다면 큰집 같이 서로 나이 들어 얼굴 외면하고 조카들은 아예
인연 끊는 경우를 봐 왔으니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집에 들어와 방문을 여니 여느 때 같으면 화끈한 열기가 얼굴을 와 닿았지만 그래도 그런 것은 사라진것 같아 오늘 밤은 나름대로 시원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녁에는 손수 도토리 묵으로 묵사발을 만들어 같이 먹고는 큰애랑 운동을 가고 같이
따라 나서려다 피곤하여 그대로 거실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잠깐 눈을 붙인 것 같은데
초인종이 울리며 큰애가 느닷없이 카메라에 고양이를 가슴에 앉고는 울먹이는 소리로
키우면 안되겠냐고 애원을 한다.
나야 키우면 좋지만 아직 항암도 끝나지 않았고 더군다나 평소 비염 기가 있으니 동물들이
털이 빠지는 시기에는 당연히 해로워 지금까지 반대했는데 큰애는 욕심에 자꾸만 키우자고
결국 집에까지 데려와 시위를 벌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동안 서로 말없이 침묵의 대화를 하다 결국 큰애를 설득하여
밖으로 보내기로 하였지만 누구도 마음이 편치 않아 더 이상의 대화는 마음만 상할 것 같아
각자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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