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며 느끼는 것들/더불어(癌)살아가는날들

8월14일

헤세드다 2013. 8. 15. 10:11

 

날씨가 너무 더워 거실로 거실로 진격을 하니 같이 있기도 그렇고 에어컨을 틀기도

그렇고 자리와 베게 그리고 간단히 덮을 것을 준비하여 옥상으로 올라가니

바람도 잔잔히 불고 차라리 잘 올라 왔다고 생각할 정도라 다시 내려가서 옥상에 가자고

하였으나 모기 때문에 싫다고 하여 혼자 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하였다.

동가숙서가식 한 때는 이런 삶을 꿈꾸기도 하였는데 그런 기억을 멋쩍게 회상하여

이리저리 뒹굴다 어느새 잠이 들었나 보다.

해가 먼 산을 비집고 올라 오기도 전에 이미 환영 물결로 주변이 환하여 방으로 들어 오니

더위에 지쳐 모두가 오뉴월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다.

언제 이 더위가 끝나려나 찜 솥에 너무 오래 있어 한 방울의 수분 마저 말라 버려 거북 등짝

같이 마음도 몸도 쩍쩍 갈라져 버리는 것 같다.

오늘도 하늘도 땅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래 위에서 잡아 먹을 듯이 열기를 토해낸다.

아침을 챙겨 주고 회사 일이 바빠 점심을 챙겨 줄 입장이 못되어 전화를 하니 밖에서

친구랑 외식을 한다기에 막내는 어떡했냐고 물으니 뚱한 말투로 싫다고 하여 혼자 나왔다고 한다.

다시 막내에게 전화해서 왜 엄마랑 같이 점심을 먹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아무 말없이 그냥

나갔다고 한다. 대충 감이 온다.

휴가라 집에 내려 온 막내에게 따뜻한 밥 한끼 해 주지 않는 집 사람이나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아무리 휴가이지만 아픈 환자를 위해 능동적으로 할 생각은 않고 삐쳐서 같이 식사를 하지 않는 녀석이나 똑 같다.

저녁에는 운동을 간다니 애들이 적당히 먹을 것도 없는 것 같아 설렁탕을 사고 마트에 들러

과일 몇 가지를 사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 서니 종일 햇볕에 달군 내부 열기 보다 더 숨막히는 상황을 보고는 사온 것을

냉장고에 정리 해놓고 저녁에 데워 먹으라고 문자를 보내고는 운동을 나섰다.

날씨 때문이 아니라 모든 상황이 그저 답답하고 숨이 막힐 듯하다.

더위가 간들 이 답답함이 사라질까마는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가슴 속이 먹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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