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경이면 자동으로 눈이 뜨여 잠을 못 이루다 아침이 되면 잠시 눈을
붙일까 해보지만 일찍부터 시작되는 공사장 소음 때문에 누워서 잠을 청하기
보다는 아예 무얼 하더라도 일어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아예 공사장에 가서
무얼 하기에 그리 소음이 시끄러운지 한참을 바라 보고 있었다.
어제 먹고 남은 호박죽과 누룽지를 끓이고 포도,자두 등으로 아침을 챙겨주고
나섰다.
점심 때는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기다리라고 문자를 넣고는 시장에 가서 물김치와
총각 김치 그리고 떡을 사고 변기 커버 등 주방 용품 몇 개를 사 들고 와서
누룽지를 끓이고 호박죽과 과일로 점심을 챙겨 주었다.
거실에 잠시 앉아 있는데 머리가 많이 빠지니 커트를 할까 아니면 가발을 쓸까
하며 어떤 가발이 좋을까 하며 묻기에 “가발 쓴 낯선 여자는 싫다” 고 했더니
“왜 낯선 여자를 더 좋아하지 않나?”며 농담을 한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기는 하지만 아직 그리 보기 싫은 편은 아닌데 밖에 외출을
가면 많이 신경 쓰이나 보다.
하지만 꼭 본인이 해야겠다면 할 수 없지만 더운 여름에 가발을 쓴 다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며 그렇다고 외모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여자니까
쓰지 말라고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조금만 더 경과를 보다가 아직은 반반이지만 굳이 해야겠다면 가발을 사 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않겠는가.
퇴근 때는 얼마 전부터 호박 밥이 먹고 싶다는 말이 생각나 마트에 들러 단 호박,
우엉, 유제품을 사 들고 영양 밥을 짓기로 했다.
쌀을 미리 불려 놓고 점심 때 불려 놓은 콩 몇 가지를 애벌 삶은 뒤 밤 대여섯 개와
은행을 손질하여 준비해 놓았다.
단 호박을 조각 내고 우엉은 잘게 표고 버섯은 길이로 썰어 준비를 마친 뒤에
불린 쌀을 안치고 그 위에 콩,밤,은행,우엉,호박,표고 버섯을 얹힌 다음 밥을 짓고
갖은 양념을 하여 비빔 간장을 만들어 저녁 준비를 하고 있으니 큰애도 마침 퇴근을
했다 오는 길에 손가락 때문에 병원에 들리려고 했었는데 진료 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치료 받지 못하고 그냥 걸어 왔다고 한다.
밥도 다 되었고 저녁 상을 준비하여 둘러 앉아 밥을 먹으려는데 한 숟가락을 입 근처에
대더니만 먹지도 않고 숟가락을 내려 놓는다.
“호박 냄새가 많이 난다” 라면서 아예 먹을 생각을 않기에 그럼 어떻게 해 줄까 물었더니
그냥 누룽지를 끓여 달라고 한다.
큰애가 누룽지를 끓일 준비를 하는 사이에 실컷 준비해서 먹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냄새 한 번 맡고는 처다 볼 생각도 않기에 갑자기 밥이 먹기 싫어졌다.
퍼 놓은 밥을 반 이상을 덜고 상으로 오니 화가 난 것을 아는지 눈치만 살핀다.
“나는 괜찮으니 누룽지를 끓이면 먹으라” 하고는 두어 숟가락 정도의 밥을 게 눈 감추듯
먹고는 일어섰다. 더 이상 밥도 먹기 싫었고 누룽지를 서둘러 끓여야 저녁을 먹일 수
있기에 큰애가 하겠다는 것을 먹던 저녁 밥을 그냥 먹어라 하고는 주방에서 누룽지가
다 끓여지는 동안 ‘참고 또 참자 어찌 이런 일이 한 두 번이었으며 앞으로도 얼마나
더 일어날 지도 모르는 것을 빨리 삭이고 기분 상하지 않게 원하는 대로 밥을
챙겨 주자’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누룽지를 끓여 밥 상에 올려 주고 큰애에게 뒷정리를 부탁하고 운동하러 나섰다.
운동하고 오니 저녁에 미안했던지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저녁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못 먹어줘서 미안해”하며 한 마디 건넨다.
“괜찮아 할 수 없지 먹고 싶은 것으로 저녁을 대신하였으면 됐지 뭘 그래” 하고는
피곤하니 어서 자라고 이르고는 오늘 하루를 이렇게 또 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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