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며 느끼는 것들/더불어(癌)살아가는날들

6월24일(6차 항암주사 맞는 날)

헤세드다 2013. 6. 25. 10:10

 

 

깜빡 했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대장외과의 진료와 혈액 종양 쪽의 6차 항암 주사가

5분 가격으로 진료가 있는데 대장 외과 쪽은 가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이제 사방 어디를 둘러 보아도 완연한 여름임을 실감케 한다.

이 곳을 처음 지날 때 새싹도 나질 않았을 때인데 이제는 짙푸른 녹음으로 가득하고

아침이지만 햇살이 너무 뜨겁게 느껴질 정도이지만 그나마 마른 장마인지 구름이 잔뜩 찌푸려 에어컨을 켤 정도는 아니었다

병원으로 향하는 대로에 접어 들자 벌써 속이 메스껍다며 얼굴을 찌푸리더니

항암 끝날 때까지 이런 날씨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는데…”하고 다가 올 삼복 더위를

어떻게 버틸까 생각을 하니 암담한 모양이다.

채혈을 하는 동안 2층 대장외과에 올라가 사정을 말했다

예약 시간 보다 조금 일찍 진료를 볼 수 있게 해달라

출근 시간 때문에 내려 주고는 바로 회사로 가야겠지만 오늘은 수술 한지 3개월 만에

외과 교수의 첫 진료가 있는 날이니 여러 가지 궁금하기도 하여 진료 시간에 함께 들어가서

지금 외과적인 문제는 없는지에 대해 들어 보고 가야 맘이 편할 듯하여 간호사에게

진료 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겨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진료 시간까지 20여분 여유가 있어 아침에 챙겨 온 과일과 편의점에 들러 삼각 김밥과 음료수를

병원 벤치에서 먹고는 진료실 앞에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CT나 내시경은 항암 주사가 끝난 직후에 하는데 지금까지 특이사항이 없으니 외과적인 수술은

잘 된 것으로 판단한다는 말에 마음이 다소 놓였다.

1층에 내려와 항암 주사실로 가는 것을 보여 오후에 올 테니 수고하라고 하며

돌아서 회사로 향하려는데 유태인인 죽음의 가스실로 들어가는 듯 뒷모습이 너무 측은하였다

아니다 다를까 연신 돌아 보며 한 두 걸음 걷고는 뒤돌아 손을 흔들고 또 흔들고 하는데

죽음의 사지로 몰아 넣고 내 혼자 살려고 도망치는 듯한 미안함에 가슴이 뭉클해 온다.

급한 업무가 있다는 전화를 받고 부지런히 차를 몰고 왔지만 분위기가 냉랭하다.

병원에 다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업무에 차질을 주며 개인 볼일을 본다면 누가 좋아할 사람이

있으랴 싸늘한 눈치 속에 바쁜 일 처리도 해야겠고 몇 번이고 뒤 돌아 보며 손을 흔들던

집 사람의 눈동자 오버랩 되어 마음이 저절로 나락으로 가라 앉는다.

오전 일과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병원 항암 주사실로 가 보니 막 화장실을 나서다 마주쳤다.

아직 한 시간 이상은 더 걸릴 듯하여 예약과 퇴원 비용 등을 정산하고 과일 몇 조각을 주고는

30여 분을 더 기다렸던 것 같았다.

병원을 나서니 벌써 2시가 넘어 배도 고플 텐데 무얼 먹고 싶냐니까

콩나물 국밥을 먹고 싶다기에 전에 같이 갔던 곳으로 향해 가는데 갑자기

길 옆에 음식점을 가리키며 낙지 볶은 밥을 먹고 싶다고 한다.

차를 돌려 음식점에 들어 서니 점심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도 손님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보니 속으로 맛이 없으면 이 시간에 사람이 없을 텐데 괜찮게 하나 보다.

하고 생각을 했다 음식이 다소 매콤하여 걱정했는데 맛있게 잘 먹기에 다행이다 싶었다

집에 데려다 주고 회사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을 하니 슬슬 역겨움이 시작되는지 힘들어 하는

눈치이다.

큰애는 속이 좋지 않아 병원에 들렀다 와야 하는데 회사 일이 있어 병원도 못 가고 일을 한다며

두덜거리며 전화가 왔다고 한다.

큰애도 무얼 잘못 먹었는지 이틀 동안 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니 환자가 한 둘이 아니다.

저녁에는 보리밥에 오이,미역 냉국이 먹고 싶다 하여 보리쌀을 애벌 삶아 밥을 짓고 냉국을 하여

주었더니 속이 매슥거리는지 얼마 먹지 않고 수저를 내린다.

토마토와 과일 조금을 더 챙겨 주고 설거지를 해 놓고 늦은 시간이지만 운동을 하러 나섰다.

장마 철이라 그런지 많은 비는 아니지만 긴장감을 잃지 말라는지 시도 때도 없이 빗 방울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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