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라도 먹던 선식마저 냄새가 난다며 고개를 젓지만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 없고 한참을 말없이 기다렸다 권하여 마시게 하고는 출근을 했지만
혼자 있으니 아무래도 점심도 챙겨 먹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일을 하면서 몇 번이고 전화를 하여 알아서 점심을 먹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믿을 수가 없어서 점심을 챙겨 주러 집에 들리기로 작정하고 1시쯤에 갈 테니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하였더니 “그럼 오늘 길에 열무 물 김치를 사오라”고 하여 시장 반찬 가게에 들러 열무김치와 오이소박이 그리고 김밥을 넉넉하게 사서 집으로 향했다
장아찌를 만들겠다며 어제 온 청 매실을 도마에 놓고 두드려 과육을 쪼개 병에 담고 있기에 서둘러 점심 준비를 하였다
어제 남은 콩나물 무 밥도 있어 데워서 주려 했더니 김밥에 열무 김치랑 먹겠다 하여 “그럼 김밥을 사지 않고 그냥 왔으면 뭘 먹으려고 했느냐”고 했지만 뭣이든 아무거나 맛있게 잘 먹으면 그냥 보기 좋을 뿐이니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열 십자로 칼 집을 내면 손 방망이로 두드려 매실을 쪼갠 다음 병에 담는 작업을 얼마간 하다가 아무래도 피곤한듯하여 그만하고 쉬라고 이르고는 다시 회사로 나섰다
어찌되었던 내 눈 앞에서 점심을 먹는 것을 보았으니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퇴근 하는 길에 매실 장아찌에 쓸 설탕을 사서 오라 하여 24키로 설탕 한 포대를 들고 집에 오니 아직도 매실 쪼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낮에 잠깐 해 보았지만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망치로 두드리면 모양 없이 쪼개지니 칼 집을 내어 두르려 쪼개는 작업이 생각 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손이 이렇게 많이 가는 것을 직접 해 보니 매실 장아찌가 왜 비싼지 알 것 같다
큰애 집에 도착 시간을 맞춰 매실 작업을 중단하고 어제 남은 밥을 데우고 열무 김치와 몇 가지 냄새가 적은 반찬과 김밥으로 저녁 상을 준비하여 같이 저녁을 먹고 뒷정리는 큰애에게 맡기고 운동 하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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