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데 바로 옆 빌라 공사장에서 아침 일찍부터 철근 자르는 소리와
옮기는 소리에 시끄러워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어 일어났다
거실,안방,화장실 청소를 차례로 하고 있다니 아침 준비를 한다.
날씨도 좋아 거실에 있는 요와 이불은 옥상에 널고 안방 이불과
요와 이불은 세탁기에 깨끗이 빨아 옥상에 널었다
10시 넘어 아점을 먹고 어제 가기로 한 한밤마을을 가기 위해 정오가
가까워서야 집을 나섰다.
팔공산을 들어서니 밝은 공기와 봄 특유의 연록색 산이 슬금슬금
겨우내 찌들었던 거무스름한 산 때를 바쁘게 벗기고 구름이 약간
낀 상태이지만 대체로 봄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날이 것 같았다.
구불구불 산길을 천천히 드라이브 겸 정상 한티재에 올라 잠시 휴식 후
제2석굴암을 구경하려 했으나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한밤 마을로 곧장 내려갔다
내륙인데 어쩌면 제주도의 돌담길 같은 한밤 마을은 고즈녁한 분위기에
포근히 한 잠을 자고 와도 좋을 정도로 아늑하기만 하다.
돌담길을 돌며 고택도 보고 봄 기운을 만끽하며 사진도 찍고 꽃 구경도 하며
얼마 남지 않은 봅 기운을 흠뻑 들이켰다
건다 보니 인근 초등학교에 동창회 운동회를 하는지
시끌벅적하여 잠시 들렀다
굳이 갈 이유는 없었지만 생리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기에....
잠시 구경을 하다 배식하는 곳에 들러
떡 한 접시를 얻어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왠 것이냐고 묻기에 그냥 한 접시 얻었다고 하니
어이가 없는 지 웃는다 그래서 그럼 출출한데 수육 한 접시도 가져 오겠다고
하니 극구 말리는 것을 뿌리치고 수육 한 접시를 얻어 왔다
떡과 수육을 들고 정자 위에 올라 간식을 대신하며
참 넉살 좋다며 웃는다.
정자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피곤이 몰려 와 집으로 향했다
자연을 벗 삼아 산다는 것이 이런 마을에서 아무 욕심 없이 사는 것이 아닌가 하며
만약 민간 요법 즉 대체 요법에 자신이 있다면
항암 주사고 뭐고 다 때려치고 이런 곳에 와서
여생을 보내고 싶은 달콤한 유혹을 뒤로하고..........
오던 길에 마트에 들러 내일부터 3차항암이 시작되니
마트에 들러 이에 대비할 수박이랑 사과등 과일을 사들고 나서며
사용하던 전자렌지를 사이즈가 크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 창고에 잠시 보관하던 것을 처제 집에 주기로 하고
잠시 들렀다.
국수를 한다 해서 기다리는 동안
집사람은 국수 값 대신 냄비 받침대 하나를 뜨개질 해달라는
처제의 청을 뿌리칠 수가 없어 하나는 만들어 주고 간다며
뜨게질 바늘을 들고 열심히 한다.
아침부터 설쳤더니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무거운 졸음이
눈꺼풀을 잡고 늘어지기 시작한다.
재촉하여 집에 와서는 대충 이것 저것 간단히 정리하고
큰애에게는 어제 집사람이 얘기한 봉교와 전자렌지를 주문하고
피곤한 몸을 눕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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