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팔월 어느 저녁 날에

헤세드다 2009. 8. 8. 20:22

 

아버지 귀가 시간

짜증난 애기 바람

심술 가득

달음박질 해도 늦을 터인데

 

풀잎은 발로 툭툭

나뭇가지 괜히 흔들고는

팔을 살살 문지르며

같이 가자 칭얼거린다.

 

 

 

방학 숙제에 지친 아이

바랜 도화지에

붓으로 하늘 그리다 잠들어

구름 사이로 숨바꼭질 하고

 

 수면을 박찬 겉멋 물고기

햇볕에 빠져 몸부림 치더니

비늘마저 낙조(落照) 익혀

불그스레 먹음직스럽다.

 

 

 

담벼락

허기진 땅거미 슬금슬금 거리자

임박한 순찰 시간 알리는

눈치 빠른 동네 개들의 요란스럼도 잠시

 

분주했던 땅도 하늘도

잠시 입을 닫아버려

모두가 쭈볏쭈볏 눈치만 살피고

시간이 멈춰 버린 곳에는

까마귀 마리 정적을 가른다.

 

 

 

팔월 어느 저녁

서산 산마루에

설익은 가을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맑은 미소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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