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물씨--
참으로
요상도 하다
같은 땅에 뿌리내리고
같은 하늘 바라보면서
빨갛고 하얗고 노랗게
제각기 꽃 색깔이 다르니
도대체 고운 꽃 물씨는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디로 숨어 가는 걸까?
행여 몰래
땅속에서 나뭇가지로
물감 올려 보내는가 싶어
잔가지 끝을 톡 꺾어봤지만
속에도 색(色)을 찾을 수가 없고
그럼
꽃 봉우리는 요술의 상자인가?
순식간에 물감을 만들어
채색(彩色)을 하다니…
하기사 그렇기는 하다
같은 입으로 먹고
같은 코로 내쉬지만
제각기 심성(心性)의 색(色)이 다르지 않는가?
꽃구름으로 흐드러진 봄날
나는
어떤 꽃 물씨를 갖고
어떤 꽃으로 피다
바람에 흩날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