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여독이 남아 있어서인지 몹시 피곤해 하는 것 같아 깨우지는 않았지만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잠은 깨어 있었지만 알람을 해 놓았다면 단 10분이라도 누워있겠다고 하여
그냥 두었다.
재촉할 수도 없고 재촉하기도 미안하여 혼자 거실과 옥상을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이번 주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다가 컨디션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아 짐작에
가장 힘든 항암주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병원에 가서 아침 요기를 할 요량으로 간단히 선식과 과일 몇 조각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벌써 고통스러움이 울컥 올라 오는지 병원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는 자꾸만 눈물이 난다고
칭얼댄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산으로 말하자면 8부 능선을 넘었으니 힘들어도 참고 이겨나가자고
손을 꼭 잡아 주었다.
혈액 검사를 하는 동안 편의점에 들렀더니 공사 중이라 어쩔 수 없이 빵 집에 들러 갓 구운
빵과 음료수를 사 들고 벤치에 앉아 간단히 아침을 먹고는 주뼛주뼛 하고 있으니 출근을
하라고 말은 하는데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를 않는다.
가겠노라 하고는 주차장에 세워 둔 차를 몰고 행여 입구 쪽에 있을까 하여 쳐다 보았더니
막 회전문을 열고 들어가는 뒤 모습이 마치 지옥 문을 혼자 들어가게 하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짠하였다.
오전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병원으로 가니 오늘은 여느 날 보다 대기 시간 없이 빨리
했는지 막바지 항암 주사약이 투여되고 있었다.
퇴원 수속을 밟으며 평소에 없던 약이 처방 되어 있어 알아 보았더니 두 달 분치의 과립
형태의 면역 증강제라며 건네 주기에 특별히 혈액 검사나 다른 곳에 이상이 있어서
이런 처방이 내려졌냐고 재차 질문을 했더니 딱히 이상이 있다기 보다는 지금까지 항암
치료를 받으며 몸이 많이 상했을 테니 앞으로 남은 항암 치료를 잘 받기 위해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약 값이 상당히 고가였는데 이제는 국가에서 중증환자에 대한 보조가 있어
가격이 많이 내렸다고 하는데 짐작에는 특별히 복용해야 한다기 보다는 병원의 영리를
위해 처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항암 주사가 끝나고 오는 길에 보리 밥을 먹고 싶다고 하여 병원 인근에서 같이 점심을
먹고는 집에 데려다 주고는 회사로 향했다.
저녁에는 어제 야유회 때 딸린 반찬으로 나온 고추장물이 먹고 싶다고 하여 시장에 들러
고추와 물 김치 그리고 두부 버섯 전골을 해 주려고 재료를 사서 청량 고추부터 다듬기
시작하였다.
고추가 얼마나 매운지 씨를 빼려고 두어 개를 썰자 마자 매운 기운이 눈에는 눈물이 코는
콧물과 재채기로 화생방 훈련을 방불케 하는 것 같았다.
얼굴도 화끈 거리고 손,팔,목 등 노출된 부분은 뜨거운 불 옆에 있는 듯 화끈 거리며
따끔따끔 그렸지만 참고 할 수 밖에 없기에 수건을 목에 두르고 땀도 닦고 눈물도 닦으며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으니 큰애가 퇴근을 하였다.
서둘러 저녁 상을 차려 놓고 얼굴과 팔 등을 씻었지만 따갑고 화끈거림은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한 것 같았다.
어찌 되었던 고추장물과 두부 전골의 맛이 그런대로 괜찮다고 먹어 주니 고마울 뿐이다.
후식으로 과일을 같이 먹고 뒤 정리를 큰애에게 부탁하고는 운동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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