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며 느끼는 것들/더불어(癌)살아가는날들

6월29일

헤세드다 2013. 6. 30. 16:24

큰애 생일이라 일찍 일어나 어제 준비해 놓은 재료로 쇠고기 미역국과 장조림을

만들었다.

여태껏 애들 생일이라 해서 미역국 한 번 끓여 주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고기 냄새와 들기름 냄새 때문에 생일 상을 다 차려 놓았지만 매스꺼움 때문에

밥상 앞에 앉으려도 않는 것을 큰애가 들을까 눈치를 주면 나즈막한 목소리로

"힘들겠지만 그래도 큰애 생일인데  조금 참고 잠시라도 같이 앉아서 먹는

시늉이라도 내어라"고 채근하여 밥상에 같이 둘러 앉았다.

한 두어 수저 먹는둥마는둥하고는 방안으로 가버리니 큰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달리 방법도 없었다.

월 마감을 하고 일찍 퇴근을 하고 오니 외출 준비 중이었고 안 좋은 소식이라며

전하는데 큰애가 현장에 일을 도와 주다 손가락을 다쳤다고 한다.

낮에 유리병을 하나 깨고 "오늘 병을 하나 깨었으니 조심하라"는 전화를

받았었는데 그게 내가 아니고 큰애였던가 보다

전화를 하니 뼈는 괜찮은데 둘째 손가락이 많이 부어 반 깁스를 했다고 한다.

속으로 '생일인데 마음이 그렇겠다'고 생각하고는 저녁에 먹고 싶은 것을

사 주겠다고 하고는 6시쯤 만나기로 하고 운동을 나섰다.

저녁에 외출 같더 집사람도 오고 해서 이것저것 생각하다 결국 낙지 전문점으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오늘 주인공은 큰애인데 환자를 고려하다 보니

결국 큰애의 희망과는 관계 없이 모두가 먹을 수 곳으로 아니 집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음식이 매운지 집사람은 밥을 비벼 놓고는 조금 먹더니 낙지 만 골라 깨작거리고

큰애는 속이 아직 좋지 않고 손가락도 다쳐 왼손으로 겨우겨우 밥을 먹고 있으니

먹는 밥이 목에 콱콱 메여 온다.

명색이 생일인데 아침도 그렇고 저녁도 제대로 챙겨 주지 못하고 또 일을 하다

다쳤지만 전부 나 때문에 그런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저녁을  큰애과 집사람은 야외 음악당을 가겠다 하였지만 따로 볼 일이 있어

좋은 시간 보내고 오라 이르고는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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