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날자
두둥실 날아 보자
두 발이 달빛 사이 거닐 때까지
두 팔이 파란 하늘 물에 손 담글 때까지
저 땅 모두가 한 점 되어 눈에 넣을 때까지
날아 보자꾸나
흰구름 징검다리 건너
낡아 까맣게 얼룩진 북두칠성 냄비에
미리내의 별이 흘린 눈물 담아
이글거리는 태양 위에 올려 놓고
응어리 진 각 설탕 다 녹을 때까지 펄펄 끓여보자
노란 초승달 구부려 예쁘게 머그잔 만들어
일곱 색 무지개 테이블에 오순도순 모여 앉아
천둥에게 희망 뮤직 쪽지 전하면
먹구름 음반 열심히 돌려돌려
빗소리 휘파람 불며 흥을 돋우겠지
새들이 테크노 춤에 비지땀 흘리고
물고기들이 흐느적거리며 blues 에 정분(情分)나누니
온갖 나뭇잎이 올라올라 연무되어 나르고
꽃잎이 하늘하늘 아지랑이 타고 내려 온다
무엇이 날 이렇게 잡고 있나
이제 놓아 줄 때도 됐건만
훌훌 털고 떠날 때도 됐건만
두 발은 왜 이리 무거운가
두 팔은 왜 이리 흐느적거릴까
마음은 채비 끝나 문을 나서는데
날자 날아 보자
갈 곳 없어도
오라는 곳 없어도
모두 잊고서 저 곳을 향해
발돋움 더하여
날아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