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순간의 신비(神秘)

헤세드다 2008. 9. 24. 22:23

 

 

-----순간의 신비(神秘)-----

뭉쳐졌다 금새 풀어 헤치는 구름 조각이 눈에 닿기까지 머언산이 옷들을 살짝 갈아 입는 모습이 눈에 닿기까지
부는 바람에 모양새를 내어준 금호강물의 파형이 눈에 닿기까지

길바닥에 떨어지는 벚꽃 잎이 유리 앞에 내려 앉기까지

건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여인이 눈에 닿기까지

힘을 주어 아스팔트 바닥을 뚫어져다 쳐다 보는 가로등의 불빛이 눈에 닿기까지

도마 위에 죽은 듯이 도사리고 있는 줄기 대파의 운명이 눈에 닿기까지

밥그릇 속에 없이 퍼질러 있는 톨이 눈에 닿기까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를 쳐다보는 가족의 눈빛이 눈에 닿기까지

창가에 뽀얗게 쌓여있는 먼지가 이내 잠든 체하는 모습이 눈에 닿기 까지


스쳐가는 바람을 이리저리 피하며 신음하는 나뭇잎의 소리가 귓전에 울리기까지

길을 찾아 가다가는 지붕에 떨어져 단말마를 지르는 빗소리가 귓전에 울리기까지

싱싱한 딸기를 달라는 장사꾼의 스피커 소리가 귓전을 울리기까지

오랫동안 울분 속에 있다가 뚜껑 여는 소리에 내달리는 맥주병의 소리가 귓전을 울리기까지

짧은 신호등에 짜증나 경적을 울려대는 소리가 귓전에 울리기까지

속을 도려낼 듯이 둔탁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기계음이 귓전에 울리기까지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 아내의 잔소리가 귓전에 울리기까지

하는 짓거리가 마음에 내키지 않아 고언을 하는 친구의 음성이 귓전에 울리기까지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조각이 몸에 닿아 느끼기까지

아침에 창을 건너 눈에 쏟아지는 밝은 빛이 어느새 곁에 있음을 느끼기까지

점심 값을 치르며 주인이 건네는 한마디가 습관적인 겉치레임을 느끼기까지

지나고 나면 언제나 금새 아쉬운 뒤안길을 후회하는 마음의 소리를 느끼기까지

미사 시간 앉아 있는 모습이 한없는 포장으로 덮여 있음을 느끼기까지

혼자서 사람 사람 불러다 멋대로 요리 먹고는 웃음짓는 한심한 모습을 느끼기까지


나는 느끼기까지의 신비를 지금은 모릅니다
.
그러한 일들이 지금 내게 보이며 들리고 느끼는지

한치의 오차 없이 머물고 지나감이 있기에 나는 존재함을 새삼 압니다
.
인식하는 순간 모든 것들이 있는 장소에 있기에는 계산할 없는 오묘한 신비가 있음을 가늠할 뿐입니다
.
다시는 똑같이 재현할 없는 시간과 공간의 신비를

순간 보고 느끼며 자신은 속에 초라하게 있을 뿐입니다
. 무언가 나도 속에 끼어 이유를 찾아 나서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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